장규열한동대 교수
장규열 한동대 교수

독일의 철학자 한스게오르크 가다머(Hans-Georg Gadamer)는 교육의 핵심이 ‘자기교육’에 있다고 하였다. 교육은 사람이 더 나은 사람으로 변해갈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일이라는 것이다. 사람이 가족, 친구, 교사들을 만나고 타인과의 다양한 공동체적 관계를 가지지만 교육의 요체는 결국 스스로 자기도야(自己陶冶)의 길에 서도록 돕는 것이라 하였다. 교육의 성패는 만나는 모든 사람들과 경험하는 모든 일들을 통해 내가 무엇을 어떻게 배우느냐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또한, 사람이 끊임없이 새로운 세상을 만날 것이므로, 이를 조화롭게 받아들이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하였다. 즉, 교육은 ‘낯선 것과의 만남을 통하여 스스로를 도야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교육이 해야 하는 일에 대하여, 결국 두 가지 가닥이 손에 잡힌다. ‘스스로’ 찾아가도록 돕는 일과 그런 길에서 ‘공동체적 관계’를 유지하는 것. 최근 보도에 따르면,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그들의 자녀에게 일자리를 만들어 주기 위하여 여러 모습으로 개입하면서 부적절한 힘을 사용하여 불공정한 결과를 빚어낸 일이 있다고 한다. 젊은 시절 앞이 캄캄하던 기억들이 대개 있을 터이다. 사방이 적으로 막힌 듯 숨쉬기도 버겁던 나날을 어렵게 힘들게 통과하여 오늘에 이른 어른들이 수없이 많을 것이다. 그렇게 수다한 고뇌와 난관을 지나왔기에, 오늘 여러 모양으로 삶을 이어가며 보람을 나누는 인생의 선배들이 있지 않은가. 당신의 자녀들에게 그런 수고의 의미와 결실의 기쁨을 맛보게 하고 싶지 않다는 말인가. 당신의 알량한 권력을 부당하게 사용하여 결국 교육을 망치고 싶은 것인가.

작은 것이라도 ‘스스로’이루어가는 보람은 또 얼마나 즐거운 기억과 가슴 뿌듯한 보람을 남기는가. 두드려도 두드려도 열리지 않는 듯한 그 기회의 문은, 도전하는 이의 간절함과 수고의 크기에 비례하여 반드시 열리게 되어 있다. 그런데 당신같이 비신사적이며 몰상식한 어른이 개입하여 그 질서를 무너뜨린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당신 자녀의 교육과 앞길을 망칠 뿐 아니라, 오늘도 성실하게 내일을 준비하며 공정한 겨룸을 기대하는 수많은 젊은이의 미래마저 무너뜨리는 것이다. 그럼에도 아직 당신은 한 마디 사과조차 없이 이 또한 지나갈 것으로 기대하며 숨죽이고 있는가.

두 번째 가닥. 저렇게 하면, 당신의 자녀가 ‘타인과의 공동체적 관계’를 순조롭게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시는가. 오늘 수많은 다른 젊은이들이 들이는 수고와 노력을 그들은 경험하지 않았을 것이 아닌가. 공유하는 시간의 기억과 함께 느끼는 공감이 없는 사람이 어떻게 남들과 ‘공동체’를 이루어 갈 수 있을까. 남들과 나눌 그 무엇을 상상도 못할 터에 함께 호흡하고 소통하는 공동체를 어찌 만들어 갈 것인가. 당신은 자녀의 교육을 망쳤을 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기틀을 병들게 하였다. 당신이 가진 그 힘으로 공동체의 가능성을 깨알처럼 허물고 있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그렇게 하여 어지러워질 세상의 불공정함을 당신은 어떻게 대하려 하는가. 이쯤해서 이 땅의 청년들이 이제는 공동체를 온당하게 회복하도록 도와주실 생각은 혹 없으신가.

세상은 험하고 시간은 거칠다. 내일을 기대하며 갈고닦는 이 땅의 젊은이들이 험하고 거친 세상과 시간을 이겨내길 기대한다. 그 이겨낸 끝에 함께 지나온 길을 돌아보며 마음껏 이 땅의 부조리와 불공정을 바꾸어 주길 바란다. 당신이 이겨낸 시간은 바뀐 세상으로 보답할 것이며, 그러는 사이 당신은 누구도 몰라볼 만큼 자라있을 것이다. 교육은 사람이 ‘스스로’ 배우게 하여야 하며 ‘공동체’를 건강하게 키워내는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교육이 살려야 하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