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주 한동대 교수
김학주
한동대 교수

최근 독일 10년물 국채금리는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도 예상외로 빨리 하락해 이제는 3개월물 금리를 하회하기 시작했다. 장단기 금리가 역전된 것이다. 2차대전 이후 이렇게 장단기금리가 역전됐을 때마다 경기 침체가 있었다. 그 만큼 기업들의 투자기회가 없고, 상업은행이 부실해졌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미국 중앙은행은 장단기 금리 역전을 막으려고 무차별적으로 우호적인 정책을 펼쳤지만 실패하는 모습에 투자자들은 긴장하고 있다.

또한 올 들어 세계증시가 반등할 수 있었던 이유는 우호적인 정책으로 인해 풍부한 유동성이 증시에 남아 있을 수 있겠다는 기대뿐 아니라 휘청거리던 유럽의 실물경기가 안정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그러나 오히려 미국조차 흔들리는 모습이다. 최근 발표된 3월 미국 제조업 구매관리자 지수는 전월 53에서 반등할 것으로 기대됐지만 52.5로 주저 앉았다. 정책이 먹히지 않았던 것이다.

이제 쓸 수 있는 카드를 다 썼다면 금융 쇼크가 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역사적으로 금융위기는 어떤 경로를 통해 왔을까? 첫째, 정부의 정책착오에서 오는 경우다. 정부는 과거의 위기(crisis)에 대해 트라우마가 있다. 리먼 사태 당시 금융시스템이 완전히 붕괴됐었고, 이를 인위적으로 복원한 상태다. 그런데 그 금융기관들이 얼마나 회복됐는지 자신이 없다. 그래서 경기가 과열되어 정점을 찍는데도 불구하고 더 강한 정책을 내 놓고 있는 것이다. 그럴수록 후폭풍이 클 수 밖에 없다.

둘째, 금융기관들은 쉽게 돈 벌 수 있는 상황에서 탐욕스러워진다. 과거 은행들은 심부름만 하고 수수료를 받았는데 2000년대 들어 저성장을 극복하기 위해 각국 정부가 돈을 풀고 금융자산에 가격 거품이 생기자 고유계정을 확대하고, 레버리지(leverage)까지 추가했다. 심지어 구조가 복잡한 사금융(shadow banking) 상품이 난무하게 되었는데 정부 규제는 이를 따라갈 수 없다. 지금은 그 상품들이 멀쩡해 보여도 어디서 곪고 있는지 당장 드러나지 않을 수 있다.

셋째, 투자자들도 “과거는 과거일 뿐 이번에는 다르다”라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뉴노멀(New normal)을 주장한다. 사실 이번이 과거와 다른 부분은 있어 보인다. 인구구조에서 차이가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더 이상 얻을 것이 없는 상태에서는 빠져 나오려는 돈의 속성은 변함이 없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맹목적인 신뢰는 경계해야 한다.

지난 10년간 성장기회를 찾지 못했던 기업들이 풀린 돈으로 할 수 있었던 것은 M&A를 통한 경쟁완화뿐이었다. 그런데 구경제 한계기업들이 이런 M&A를 통해 지금까지 수명은 연장시킬 수 있었지만 구조적 문제는 시한폭탄처럼 그대로 안고 있다. 언제 터질지 모른다. 따라서 급작스러운 시장의 충격(tail risk)에 대비해야 하며, 특히 증시가 컴퓨터 프로그램 매매에 의해 쏠려 있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생길 때마다 헤지(hedge)를 통해 증시 위험에서 피해있는 수고는 할 필요가 있다.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지속되는 것을 막기 위해 미국 연준은 기준금리를 다시 내려야 할 형편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마이너스 금리조차 받아줄 만큼, 즉 더 낮은 수익률을 참을 수 있을 만큼 금융자산이 필요한 은퇴인구가 아직 늘고 있어 금융자산 가격거품은 좀 더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낮은 수익률을 참을 수 있는 사람의 인내력에는 한계가 있다.

결국 각국 정부는 민간경제를 통한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 희망을 줘야 한다. 이를 위해 규제를 완화할 수 밖에 없다. 특히 데이터 관련 규제가 풀리며 맞춤형 서비스가 확대될 것이다. 이런 신경제가 만들어질텐데 그 속도가 실망스러우면 금 가격이 급등하며 금융위기가 찾아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