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선 스위스 바젤 사례 들어
물 배출이 추가지진 방지 주장
다른 쪽선 “이미 물 빠졌을 것
심부관정 되메우지 않을 경우
물기둥 생겨 촉발지진 가능성”

포항지진의 원인으로 드러난 포항지열발전소의 물 처리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포항지열발전소 시추공에 주입된 물을 먼저 빼내야 한다는 기존 학계의 주장에 맞서 시추한 공간을 당장 되메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어 또다른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주입된 물을 빼내야 한다는 주장과 시추공간을 막아야 한다는 학계의 두가지 주장이 정면으로 맞서면서 시추공 처리 문제를 놓고 치열한 논쟁이 예상된다.

육군사관학교 오경두 토목환경학과 교수는 최근 “추가적인 지진을 막기 위해선 배수가 아니라 심부관정을 되메워야 한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포항지열발전소의 영향으로 확산한 압력파로 인해 또다시 촉발지진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오 교수에 따르면 현재 포항지열발전소 부지 지하에 수직으로 시추된 심부관정(PX-1, PX-2)에 꾸준히 물이 차오르고 있다. 두 관정에 물이 가득차게 되면서 포항지열발전소 아래로 4㎞가 넘는 ‘물기둥’이 형성된다. 이 물기둥이 40㎫ 이상의 높은 압력으로 지반을 짓누르게 되면서 새로운 촉발지진을 일으키는 뇌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오 교수는 설명했다. 또다른 촉발지진 발생을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추 공간을 되메워 물기둥 형성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실제로 ‘포항지진 정부연구조사단’이 지난해 8월 31일부터 2019년 2월 28일까지 총 207일동안 포항지열발전소 지하수위를 자동 모니터링한 결과, 심부관정 두 곳 모두 수위가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렸다. 오 교수는 “현재 PX-1과 PX-2의 사례를 보면 지하수위가 상승하고 있는데, 이는 땅 속 물을 배수한다고 해도 결국 이곳으로 물이 다시 모이는 상황을 뜻한다”며 “조속한 시일 내에 두 심부관정을 되메워서 수직 물기둥 형성을 막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선의 대책”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쪽에서는 포항지열발전소 땅 밑에 남아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물 6천t을 먼저 배출해 추가 지진을 막아야 한다는 의견을 제기하고 있다. 이들은 대표적인 유발지진 사례인 스위스 바젤지열발전 사태로 포항지진과 포항지열발전을 설명하고 있다. 바젤지열발전소의 경우, 지난 2006년부터 13년이 지난 현재까지 지열발전을 위해 땅 속에 투입한 물을 조금씩 퍼내고 있는데, 이로 인한 미소지진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0일 포항지진 공동조사연구단은 “지열발전소도 일단은 그대로 두는 것이 맞다”고 발표했다. 섣불리 건드렸다가 땅 속 응력이 어떻게 작용할 지 알 수 없고, 현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관련 전문가가 없기 때문에 자칫 더 큰 ‘화(火)’를 맞이할 수도 있다는 것. 고려대학교 이진한 교수 역시 “지진이 발생한 곳은 이미 내부 모든 구조가 틀어져 버린 상태기 때문에 물을 빼내서도, 넣어서도 안 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오경두 교수는 “지열발전을 위해 투입된 총 1만3천t의 물이 고여있을 공간 자체가 없을 뿐더러, 투입된 물 대부분은 사암층으로 이뤄진 포항지질의 특성 상 모두 동해바다로 빠져나간 것으로 사료된다”는 입장이다. 또한, 하루빨리 미소지진계를 포항지열발전소 10㎞ 반경에 집중 설치, 사람이 느낄 수 없는 규모 1 이하의 미세한 지진까지 면밀하게 관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경두 교수는 “촉발지진을 일으킬 정도의 높은 압력파는 오랜 시간을 두고 물이 갈 수 없는 먼 거리까지 확산하기 때문에 앞으로 10년 동안 지열발전소 10㎞ 범위의 지진활동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포항시 관계자는 “학계의 다양한 주장을 수렴해 예산이 확보되는대로 산업통상자원부와 함께 포항지열발전소를 지속적으로 관리해나갈 예정”이라며 “스위스 바젤의 경우 추가 미소지진이 발생한 사례가 있는 만큼, 포항시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이바름기자 bareum90@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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