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재 희

저물녘 시골장 모퉁이에 가보라

노점에 몇 무더기의 풋 채소를 가지런히 놓고

칠순 어머니의 입에서 건네는 따스한 말

‘떠리미’

그 말엔 잠시 멈춘 노을도 한 자락 걸려 있다

마지막이라는 뜻도 있지만 내일을 위해 몽땅 준다는 뜻도 있다

하루 종일 발갛게 잘 익은 노을빛 말

파는 사람도 사는 사람도 흐뭇하다

‘떠리미떠리미….’

몇 번을 곱씹으면

어머니 냄새같은 단내가 난다

시골 5일장의 저물녘 풍경이 정겹다. 시골 장터 가장자리에서 풋채소를 파는 칠순의 어머니가 건네는 떠리미라는 말이 참 따숩기 그지없다. 얼마남지 않은 것들을 헐값으로 팔아버리고 붉은 노을길 따라 따스한 집으로 돌아가는 어머니를 생각하면 눈물겨워지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