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사단 원인 발표 촉각 곤두
자문위원 “사업 추진부터 잘못”
이강덕 시장 “人災… 폐쇄가 답”

정부합동조사연구단의 ‘포항지진과 포항지열발전의 연관성 분석 연구 결과’ 발표를 하루 앞둔 19일 오후 11·15 지진으로 심하게 파손된 포항시 북구 환호동 대동빌라의 내부 구조물 철거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글쎄요. 이때까지의 상황이 썩 좋지 않아서.. 조사 결과를 믿을 수 있을지..”

20일 정부합동조사단의 포항지진 원인에 대한 조사 결과 발표를 앞둔 포항 시민들은 긴장과 기대의 목소리가 공존했다.

19일 포항지진의 진앙지인 포항시 북구 흥해읍에서 만난 주민 A씨는 “반신반의하고 있다. 주민들도 조금씩 지쳐가는 분위기”라며 “결과가 어떻게 나올 지 모르는 만큼 일단은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포항시는 정부조사단의 발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19일 시청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정부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를 신뢰한다. 조사단에 포함된 외국 과학자들의 편중되지 않는 결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의 국책사업에 대해 지자체에서 이러쿵저러쿵 간섭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지열발전소 사업은 충분하지 않은 사전조사가 만들어 낸 인재란 것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라며 “결과에 관계없이 지열발전소는 폐쇄와 원상복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11·15 지진지열발전 공동연구단과 함께 포항시청을 방문한 정부조사공동연구단 소속 포항시민대표인 양만재 자문위원은 “포항지열발전소 사업 추진부터 잘못됐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양 위원은 “정부와 국내 학자들은 2006년 시추 엿새 만에 규모 3.4 유발지진이 발생한 바젤지열발전소에 대한 각종 자료들을 봤을 것”이라며 “포항지열발전소 준공 이전에 국내 학자들은 스위스 바젤지열발전소에서 일어난 각종 지진 데이터에 대해 알고 있었지만, 누구도 위험성을 알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바젤지열발전소는 2006∼2008년 지진에 대비해 보험에 가입해 시민들에게 정신적 피해를 최소화했다. 그러나 2012년 착공한 포항지열발전소는 2016년 물 투입을 시작할 때까지 시민들을 위한 어떤 안전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강덕 포항시장을 비롯한 포항시 공무원과 포항시의회, 각 시민단체 등 총 200여 명의 시민들은 20일 오전 상경해 서울 한국언론진흥재단 기자회견장에서 개최되는 ‘포항지진과 포항지열발전의 연관성 분석 연구 결과’ 발표를 지켜볼 예정이다. 한 시민단체 회원은 이날 행사장 앞에서 유발지진과 관련한 1인 피켓시위를 계획하고 있다.

포항지진은 지난 2017년 11월 15일 오후 2시 29분 31초 포항시 북구 북쪽 9㎞ 지점에서 발생했다. 규모는 5.4로 기록됐다. 지진으로 1명이 숨지고 1천178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총 1천797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포항지역 공공·사유 시설물 671곳 전파, 285곳이 반파, 5만4139곳이 부분 피해를 입었으며, 한국은행 포항본부는 지진으로 인한 직접 피해액이 846억원, 간접피해액을 합하면 3천323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바름기자 bareum90@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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