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 사고가 일어납니다. ‘번쩍’하는 섬광이 스물 한 살 그가 마지막으로 본 빛입니다. 시력을 잃은 절망 끝에 저수지에 몸을 던지기도, 철길에 누워 기차를 기다리기도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라디오에서 귀가 번쩍이는 소리를 듣습니다. 대학생인데 시각 장애인이라는 사연이 흘러나옵니다. 전화를 걸어 주인공을 만납니다. 시각장애인 대학생은 청년에게 점자 읽는 법을 가르쳐줍니다. 한 페이지 읽는 데 4시간이 걸리는 고된 훈련입니다. 손끝 감각을 예민하게 하려고 사포로 문질러 살갗을 벗겨내고 피를 닦아 가며 점자를 읽습니다. 대학 공부하기. 결혼하기. 컴퓨터 배우기. 이 목표를 이루는데 28년 걸립니다. 남자의 이름은 송경태.

다음 목표는 마라톤입니다. 안내견과 춘천마라톤 5㎞ 코스를 완주합니다. 10㎞, 하프, 결국 울트라 마라톤까지 성공하지요. 시동이 걸린 남자는 멈추는 법을 모릅니다. 미 대륙 4천㎞를 달려서 횡단하는데 성공합니다. 사하라 사막, 고비 사막을 완주했으며 칠레의 아타카마 사막, 남극대륙까지 모조리 횡단해 버립니다. 다 합치면 1천㎞가 넘는 사막코스 그랜드 슬램 기준을 장애인 최초로 돌파하지요.

히말라야에 도전합니다. “안나푸르나 정상 부근에서 셀파 배낭 잡고 따라가는데 일행이 펑펑 우는 거에요. 폭 30㎝ 구간에 양쪽 절벽이 600m인 구간을 기어서 갔더라구요. 눈이 뵈는 게 없으니 아무 것도 모르고 간 거죠. 안 보이는 것이 이럴 때는 얼마나 고마운지 모릅니다. 때로는 보이는 것이 두렵게 만들거든요.” 끝없는 모험 가운데서도 그는 1년 평균 100권을 읽습니다. 해마다 한 권의 책을 씁니다. 2000년 석사, 2011년에는 박사 학위를 취득합니다. 다음 생에도 시각 장애인으로 살 수 있겠냐는 질문에 거침없이 답합니다. “예! 받아들일 겁니다. 이 시련이 없었다면 저는 도전하는 삶을 살지 않았을 게 분명합니다. 저는 지금 내 삶에 감사합니다.”

인생 여정에 앞으로 어떤 어려움이 우리를 덮칠지 모르는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나를 둘러싼 환경이 그 어떠하든, 그 상황 가운데 내가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가 하는 선택의 결정권은 오직 내가 쥐고 있다는 것입니다. 승리자는 어떤 상황에서도 승리의 조건을 발견하고 패배자는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의 이유를 찾아냅니다. 상황에 지배당하는 것이 아니라 내면의 용암같은 뜨거운 열정으로 승리의 조건을 찾아 담대히 도전하는 그대의 하루를 응원합니다. /조신영 인문학365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