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3월 둘째 주 금요일은 세계수면의 날이다. 세계수면학회가 수면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2008년 처음 지정한 이후 매년 나라별로 학술행사 등 크고 작은 기념행사가 벌어진다. 사람의 수면은 보통 7시간 30분∼8시간 정도가 적정 수면시간이다. 그러나 현대인의 바쁜 생활패턴으로 수면 부족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직장인의 하루 평균 수면시간은 6시간(42%)이 가장 많았다. 다음이 7시간(24%), 5시간(21%)으로 조사됐다. 응답자의 75%는 수면 부족을 호소한다고 했다. 수면이 부족하면 체내 호르몬 분비가 잘 안 되고 비만이나 심혈관 질환 같은 또 다른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는 의학적 근거도 속속 입증되고 있다.

그러면 낮잠은 어떻게 볼까. 부족한 수면을 보충하는 수단이 될까. 갈수록 낮잠에 대한 긍정 평가가 많아지는 분위기다. 서울과 도쿄 등에는 낮잠카페가 등장, 업무과로에 지친 직장인의 휴식처로 인기를 모은다고 한다.

이솝 우화에서 등장하는 토끼는 낮잠을 자다 그만 거북이에게 달리기 경주에서 지고 만다. 잠꾸러기 토끼는 게으른 사람, 거북이는 성실한 사람의 상징이 된다. 그러나 지금은 낮잠이 게으름의 상징이 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적당한 낮잠은 오히려 일의 활력소 내지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평가가 많다. 스페인, 이탈리아 등 지중해 연안 국가들의 풍습인 시에스타는 이런 측면에서 낮잠이 생활의 활기를 주는 수단임을 보여준 좋은 사례다. 시에스타는 한낮의 무더위를 피해 잠시 낮잠을 잔 뒤 저녁 늦게까지 일하며 일의 능률을 찾는 그들의 생활 습관이다.

우리나라도 농사가 주업이던 시절 오수(午睡) 혹은 오침(午寢)라는 이름으로 한낮 더위를 피해 낮잠을 즐겼던 선조들의 지혜가 있었다. 최근 그리스 한 병원 연구팀이 낮잠이 혈압을 낮추는데 큰 도움이 된다는 연구 내용을 발표했다. 과거 하버드대학 연구팀이 낮잠은 심장병으로 인한 사망률을 37%나 낮춘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낮잠의 유용성이 확인된 결과다. 지나치지 않다면 낮잠을 청해 보는 습관도 좋을 것 같다.

/우정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