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다음 나설 땐 고쳐질까 얼굴이라도 내밀 수 있게
이다음 나설 땐 고쳐질까 얼굴이라도 내밀 수 있게
  • 박동혁기자
  • 등록일 2019.03.14 20:11
  • 게재일 2019.03.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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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치른 조합장동시선거
선거운동 과도한 제한 규정에
현직 벽 넘어서기 여전히 한계
위탁선거법 개정안 통과 ‘절실’
#사례 1.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 포항지역 A조합장 선거에 첫 출마한 B씨는 선거운동이 개시된 지난 2월 28일부터 조합원들의 표심을 얻기 위해 움직였다. 하지만 막상 선거운동이 시작되자 난감해졌다. 다양한 경로를 통해 후보자 본인을 유권자들에게 알릴 수 있는 국회의원선거, 지방선거 등과는 달리 조합장선거는 전화통화, 명함돌리기 이외에 후보자가 직접 선거운동을 할만한 방법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B씨는 “명함을 돌리거나 조합원들에게 전화를 거는 것 이외에는 딱히 방법이 없는데 모르는 번호의 전화를 잘 받지 않는 세태에서 전화통화는 열에 두셋 정도만 겨우 가능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사례 2. 경주지역 C조합장 선거에 첫 출마한 D씨도 지난 2월 28일부터 명함을 돌리기 위해 매일 거리로 나섰다. 선거법상 조합원 가정에 직접 방문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조합 본점 또는 지점 건물에서도 명함을 돌릴 수 없기 때문에 D씨는 많은 사람이 왕래하거나 모이는 공개된 장소에서 언제 만날지 모르는 조합원들을 기다리며 하루 하루를 보냈다. D씨는 희망을 잃지 않고 마지막 날까지 당선을 위해 애썼지만 투표 당일, 받아든 결과는 낙선이었다. D씨는 “선거운동 기간 중에 임시총회나 대의원회의 등 조합원들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자리라도 마련된다면 좋지만 가만히 있어도 당선 확률이 높은 현직 조합장이 그런 행사를 마련할 리 만무하다”고 울분을 토했다.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13일 막을 내렸지만 선거 낙선자들은 여진히 쓰라린 처지를 진정시키느라 마음을 다잡고 있다. 그러면서 내놓는 소리가 현행 선거 제도의 개선을 든다.

조합장선거를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위탁관리를 받아 진행하고 있지만 선거운동 등 진행방식은 조합법을 따르고 있어 많은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전국동시조합장선거는 지난 2011년 농업협동조합법(농협법) 개정으로 도입됐다. 이후 2014년 4월 28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는 ‘제1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 선거운동 방식을 정한 ‘위탁선거법’ 제정안을 심사했다.

이 과정에서 기존 농협법이나 공직선거법보다 비상식적으로 선거운동이 제한된 ‘위탁선거법’(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이 제정돼 ‘제1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치러졌다. 조합장 선거운동은 본인만 가능하다. 배우자 등 가족조차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 또 선거운동 방식이 선거공보와 벽보, 어깨띠·윗옷·소품, 전화, 정보통신망, 명함 등만 가능하고 언론 광고나 연설 방송, 토론회 등은 허용되지 않는다. 선거운동 기간도 13일로 3개월인 지방선거와 비교해 지나치게 짧다. 후보자들은 선거인 명부를 열람할 수는 있지만 이름과 집 주소 외에 휴대전화 번호 등은 개인정보 보호 때문에 공개되지 않고 개별 가정 방문도 금지된다.

이처럼 깜깜이 선거를 개선하기 위해 2015년 제1회 선거 후 후보자 배우자의 선거운동 허용, 대담 및 토론회 개최, 예비후보자 제도 도입 등이 포함된 위탁선거법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아무런 개선책 없이 4년이 지나 2회째를 맞이한 이번 선거도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았다. 바뀐 것이 없다보니 각종 불·탈법 선거운동 사례가 대구·경북지역 곳곳에서 쏟아졌다.

대구 달성군에서는 조합원 10명의 집을 방문해 현금 30만원씩을 제공한 한 후보자의 친족이 검찰에 고발됐다. 이들 조합원은 현금을 받은 뒤 선거관리위원회에 자수해 과태료 부과를 면했다. 경북 상주에서는 한 조합장 후보예정자가 지난달 16일 지지를 부탁하며 조합원 100명에게 최소 40만원에서 최대 100만원까지 제공한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다. 이번 선거 기간 중 대구지방검찰청은 60명을 입건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고 경북지방경찰청은 총 43건에 170명을 적발해 수사 중이다.

이는 드러난 숫자로 실제 탈법행위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이라는게 조합 주변에서 나오는 소리다. 선관위가 제보나 고소사건을 처리하는 수준이었을 뿐 제대로 단속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정치학 박사 김만수씨는 “선거는 유권자들이 후보자의 면면을 꼼꼼히 살펴볼 기회를 제공해 주는 것이 원칙인데 현 조합장 선거방식은 제약이 너무 많아 그렇지 못하다”며 “현직 프리미엄을 깨고 ‘깜깜이 선거’라는 오명을 벗어내기 위해서는 선관위에서 조합법을 바탕으로 선거만 위탁관리하는 현 방식이 아닌 공직선거법을 상위법으로 채택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동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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