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천600원 음료수 1박스 받은
안동 조합원에 28만8천원 부과
지난달 상주서 돈 살포도 조사
100명에 40만~100만원 준 의혹
사실 확인 땐 최대 50배 물 수도
선거 하루 남기고 혼탁상 절정
대구·경북 피해자 양산될 우려

“아는 안면에 음료수 한 박스 얻어먹고 살림 거덜나게 생겼네요 ”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 선거를 둘러싸고 과태료 폭탄이 현실로 나타나면서 시골 마을마다 과태료 걱정이 태산이다. 대구·경북 전역에서 후보자들의 금품 및 향응 제공 사례가 잇따라 적발되면서 과태료 폭탄 피해자가 양산될 조짐을 보이자 넉넉한 시골 인심마저 흉흉해지고 있다.

안동시선거관리위원회는 11일 제2회 전국동시 조합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 A씨에게 음료수를 받은 조합원 2명에게 각각 시가의 30배와 10배 과태료를 부과했다. 지난해 12월 A씨에게 9천600원짜리 음료수 1박스를 직접 받은 조합원 B씨에게 선관위는 음료수값의 30배에 해당하는 28만8천원 과태료를 부과했다. A씨에게 직접 받지 않았지만, 집 앞에 갖다 놓은 음료수 1박스(9천600원)를 챙긴 C씨에게는 10배인 9만6천원을 부과했다. 선관위는 조합원에게 음료수를 돌린 혐의(기부행위 제한 위반)로 A씨를 지난 1월 검찰에 고발했다. 음료수 제공을 제보한 D씨에게는 포상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상주에서는 상주축협조합장 출마 예정자인 E씨가 지난달 16일 금품살포(공공단체 등 위탁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되면서 돈을 받은 조합원들이 과태료 폭탄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선관위 조사결과 E씨는 조합장 선거에서 지지를 부탁하며 조합원 100명에게 적게는 40만 원, 많게는 100만 원을 건넨 것으로 드러났다. 돈을 받은 조합원들은 현재 조사를 받고 있다. 돈을 받은 사실이 확인되면 받은 돈의 10배에서 50배에 달하는 과태료를 물어야 돼 시골 살림이 거덜날 위기에 처해 있다. 경북도내에서 부과된 과태료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대구 달성군선거관리위원회도 이날 전국동시조합장선거를 앞두고 조합원에게 현금 300만원을 제공한 후보자 가족 F씨를 검찰에 고발했다. F씨는 이달 초 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농협 조합원 10명의 집을 방문해 출마 사실을 언급하면서 지지를 호소, 30만원씩 모두 300만원을 제공한 혐의(공공단체 등 위탁 선거에 관한 법률 위반)를 받고 있다. 다행히 이들 조합원들은 F씨에게 현금을 받은 뒤 선관위에 자수해 과태료 위기를 모면했다.

대구지검 공안부(김성동 부장검사)에 따르면 11일 오전까지 대구지검 본청 및 8개 지청에서 이번 전국동시조합장선거와 관련해 대구·경북에서 모두 60명이 입건돼 수사를 받고 있고 3명은 구속됐다. 제1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 당시 선거일 이틀 전까지 모두 50명이 입건된 것과 비교하면 20%(10명)가 증가한 수치다.

검찰 관계자는 “조합장 선거의 경우 유권자가 많지 않다보니 간단하게 ‘표 계산’이 가능해 돈으로 표를 사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며 “선거운동기간이 14일로 비교적 짧고 연설회와 정책토론회가 없어 친분을 이용한 금품선거의 소지가 다분하다”고 설명했다.

불법선거 유형별로는 봤을 때 금품선거 사범이 47명으로 전체 입건자의 78.34%로 대다수를 차지한데서도 사태의 심각성이 드러난다. 나머지는 허위사실 유포 등이다. 구속된 선거사범은 대부분 조합장에 출마한 후보자 지지를 부탁하며 현금을 건네다 적발됐다. 금품선거 사범 47명에게서 금품을 제공받은 조합원들은 모두 조사를 받고 과태료를 물게 될 대상자들이다.

안동지역의 한 조합원은 “아는 안면에 조합장 선거와 관련해 부탁을 해오면 어떻게 할까 고민돼 나들이도 자제하고 있다”면서 “말로만 듣던 과태료 부과가 사실로 드러나고 신고로 포상을 받는 사람도 생겨 인심이 예전같지 않아 자칫 이웃간에 불신풍조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선거법의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규칙(위탁선거 규칙)’에 따르면 선거 관련 금품·음식물을 제공받을 경우 10배 이상 50배 이하 과태료(최고 3천만원 이내)를 부과할 수 있다.

위탁선거 규칙의 과태료 부과 기준은 실제 액수를 정할 때 선거법 위반 동기나 선거에 미친 영향, 위반 정도, 조사 협조 여부 등을 고려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기준 과태료의 2분의 1 범위 내에서 감경 또는 가중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가령 같은 액수의 음식물을 제공받아 선관위 조사를 받을 때 명백한 증거나 주변인 진술에도 혐의를 부인하는 등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괘씸죄’가 적용돼 옆 사람보다 훨씬 많은 액수의 과태료를 부과받을 수 있다.

의도치않게 선거 관련 음식물을 제공받더라도 선관위에 즉각 스스로 신고할 경우 과태료를 면제받거나 대접받은 식사비 수준의 과태료만 부과받을 수도 있다. 다만 자수한다고 해도 사안의 경중 등 종합적으로 여러 요소를 고려해 최종적인 과태료 액수가 정해진다.

선관위 관계자는 “신고포상금이 최고 3억원(기존 1억원)으로 확대되고 입후보예정자로부터 금품 등을 제공받은 조합원이 선거관리위원회에 자수하는 경우에는 과태료를 면제해주고 자진신고를 유도하는 등 과태료 폭탄 피해를 막기 위해 다각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바름기자 bareum90@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