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은 봉

스스로의 생 지키기 위해
까마득히 절벽 쌓고 있는 섬

어디 지랑풀 한 포기
키우지 않는 섬

눈 부릅뜨고
달려오는 파도

머리칼 흩날리며
내려앉는 달빛

허연 이빨로 물어뜯으며

끝내 괭이갈매기 한 마리
기르지 않는 섬

악착같이 제 가슴 깎아
첩첩 절벽 따위 만들고 있는 섬

섬은 아무리 거센 파도가 밀려도 단단히 자신을 지키며 무너지지 않는다는 얘기를 하면서 시인은 인간을 향하고 있음을 본다. 자기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엄격한 자기 절제와 자기 관리, 자기 수호의 정신으로 살아야한다는 것을 역설하고 있다. 자기 본원성을 견지해 나가기 위해 투명한 마음과 정의롭고 정직한 심성을 유지하면서 끊임없는 내적 성찰이 동반되어야 함을 일러주고 있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