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서 포항만 개학 연기 강행
‘처음학교로’ 참여율도 밑바닥
지역 교육당국, 해결책 못낸 채
휘둘리기만… 공교육 불신 커져

초유의 사립유치원 개학 연기 사태가 빚어지면서 경북지역 공교육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사립유치원의 집단 반발에도 지역 교육당국은 이렇다 할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사립유치원들의 눈치보기에 급급했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4일 사립유치원 개학 연기 사태가 났을 때 경북도 내에서는 포항지역 사립유치원들만 “개학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구미와 칠곡, 경산 등 도내 대부분 지역 사립유치원들이 모두 개학연기를 철회하겠다고 교육당국에 전달한 것과 달리, 포항지역 한유총 소속 사립유치원 35곳만 개학 연기를 강행했다.

이날 오전 경북도교육청 임종식 교육감이 포항을 방문해 유치원장단과 면담을 하는 등 직접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학부모들의 불편과 혼란은 이미 벌어진 뒤였다. 포항교육지원청에서도 부랴부랴 사태 파악에 나섰지만 오히려 지자체와 경찰 등 관련기관과의 협조조차 원활하게 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찰 관계자는 “포항교육지원청에 사립유치원 연기 사태와 관련해 자료를 요청하면 담당자가 뭘 해야 할지 몰라 수십분을 허비해야 했다”며 “지자체인 포항시에서도 꽤 많이 답답해했던 걸로 들었다”고 말했다.

사립유치원의 강경 행동에 교육당국이 휘둘리는 현 상황은 지난해 비리유치원 사태가 터졌을 때부터 이어져오고 있다. 지난해 교육당국은 논란이 된 비리유치원 명단 공개 이후 전국 사립유치원을 대상으로 유치원 온라인입학관리시스템인 ‘처음학교로’ 참여를 독려했다. 경북도에서는 사립유치원 238곳 중 단 66곳(27.73%)이 참여의사를 전달, 참여율 전국 최하위라는 오명을 썼다. 전국 평균인 56.54%(지난해 11월 15일 자정 기준)보다도 한참 떨어질 뿐더러 비슷한 개원 수인 대구지역 참여 사립유치원이 158곳(61.72%)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처참한 수준이다. 특히, 당시 대구에서는 강은희 대구시교육감을 필두로 전 교육공무원들이 독려에 나서면서 기존 16.8%의 ‘처음학교로’ 참여율을 일주일만에 3배 이상 끌어올린 것과 달리, 경북은 같은 기간 34곳의 사립유치원장들의 마음을 돌리는 데에도 진땀을 빼야 했다.

경북도 내에서도 포항지역 사립유치원들의 ‘처음학교로’ 참여율이 특히나 심각했다. 포항지역 사립유치원 57곳 중 ‘처음학교로’에 참여·등록한 유치원은 고작 5곳으로 참여율이 9%에 불과했다. 도내 가장 많은 사립유치원이 있는 구미 지역에서 64곳 중 20곳(31%)이 ‘처음학교로’에 참여하기로 한 것과 대비된다. 경주는 33%, 김천 36%, 경산 28% 등 타도시에 비해서도 참여율이 현저히 낮았다.

포항교육지원청 한 관계자는 “최근 포항지역에 공립유치원 하나를 설립하는 데도 사립유치원의 눈치를 너무 많이 본다”며 “학부모들을 위한 올곧은 교육정책을 펴야하는데, 사립유치원에 공교육이 휘둘리고 있는 현 상황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직장맘 성모(33)씨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한유총 단체 해산 기사와 수도권교육감 공동 기자회견을 보고 속이 후련했다”며 “처음학교로도 그렇고 사립유치원 개학 연기사태도 그렇고 지역 교육청에서 한 게 뭐가 있는지 모르겠다. 이럴거면 수도권에서 아이를 낳는 게 속 편하겠다”고 꼬집었다.

/이바름기자 bareum90@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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