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 2주년 앞둔 ‘꿈틀로’에 가다
중앙파출소 일대 폐거리 다시 활기
아케이드 설치․체험학습 등 지원 필요

꿈틀로 모습. 폐 옷걸이를 이용한 손 뜨개 꽃이 하늘 덮개처럼 설치돼 있다.
꿈틀로 모습. 폐 옷걸이를 이용한 손 뜨개 꽃이 하늘 덮개처럼 설치돼 있다.

포항문화예술창작지구 ‘꿈틀로’가 개장 2주년을 앞두고 있다.

꿈틀로는 포항시가 2017년 6월 지역예술가 공간 지원을 통한 침체된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 육거리 우리은행 포항지점 뒤 중앙파출소 일대에 조성, 개장했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8억 원을 지원한다.

7일 현재 꿈틀로에는 회화, 공예, 도예, 음악, 연극, 조각장르 등의 26개 팀의 작가와 운영지원센터, 갤러리, 책마을, 문화경작소인 ‘청포도 다방’ 등 31개소가 입주해 있다. 옛 아카데미극장 자리에는 야외공연이 가능한 문화공판장도 조성돼 있다.

입주작가들은 포항시로부터 작업실 월 임대료(30만원 이내)와 특성화간판 제작비(80만원 이내)를 지원 받고 있다.

시의 꿈틀로 조성사업이 완료되는 2020년 이후부터는 작업실 월 임대료를 지원받지 못한다.

청포도다방 등은 시가 지난해 3월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적 도시재생사업에 선정돼 확보한 1억6천만 원으로 오픈했다.

이 사업비로 철수와 목수(철공과 목공·주민공동작업장), 꿈틀문화반상회(주민과 입주 작가 간의 소통의 장)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시는 올 연말 문화체육관광부의 ‘법정문화도시’로 선정되면 최대 200억 원의 국·도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이중 일부를 꿈틀로 활성화를 위한 공간 리모델링 비용 등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는 올해 1년 간 ‘법정문화예비도시’로 선정됐다.

6~7일 포항문화예술인의 거리 ‘꿈틀로’를 찾아 변화된 거리 모습과 작가들의 작품 활동, 1년 9개월 뒤부터 작업실 월 임대료 지원 중단에 따른 자구책, 꿈틀로 활성화 방안, 상인 및 시민들의 반응을 들어봤다.

꿈틀로 조형물이 전봇대에 가려 잘 보이지 않고 있다.
꿈틀로 조형물이 전봇대에 가려 잘 보이지 않고 있다.

▢ “꿈틀로가 뭐지… 어디 있는지 몰라요”

6일 오후 5시께 꿈틀로 입구(중앙상가 성심요양병원 맞은편)에 도착했다.

꿈틀로 입구 앞 도로변에는 ‘꿈틀로’라는 표지석이 서 있었으나 기교를 부린 글씨가 영어 같기도 하고 상형문자 같기도 해 한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입구에는 자그마한 ‘꿈틀로’ 조형물이 서 있었으나 전봇대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았다.

이곳에서 10여m 떨어진 버스정류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중·고등학생 6명에게 “꿈틀로가 어디에 있느냐”고 물어봤다. 아이들은 “모른다”며 “꿈틀로가 뭐냐”고 되물었다. 의자에 앉아 있는 일반인 4명에게도 똑 같은 질문을 했다. 역시 “모른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버스정류장으로 걸어오는 60대에게 물었다. “꿈틀로가 저곳인데 왜 시민들이 모른다고 하느냐”고 물었더니 “얼굴인 간판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며 “죽도시장처럼 꿈틀로를 상징하는 아케이드를 설치하거나 높은 곳에 대형 간판을 설치하고 꿈틀로 상공엔 애드벌룬을 띄워 ‘예술인의 거리’ ‘예술촌’임을 알린다며 최고의 지리적(도심) 홍보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그림책마을 “주택가 아니라 언론 홍보 절실”

꿈틀로에 들어서니 가장 먼저 ‘그림책마을’이 취재팀을 반겼다.

독서하는 아이들은 없었으나 5천권의 그림책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운영자는 “평일엔 어린이집과 유치원 아이들이, 주말에는 초등학생들이 찾고 있으며, 북아트, 북스타트 교실이 운영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림책마을은 화요일~일요일 오전 9시~오후 6시까지 운영한다며, 어머니들이 아이를 데리고 와서 그림책을 읽어주기도 한다고 했다. 이곳은 주택가가 아니라서 홍보가 이뤄지지 않아 이용자 수가 적다며 언론에서 적극 홍보해달라고 부탁했다.

중앙파출소가 부엉이가 둥지를 지키고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문턱이 사라지고 친근감을 줬다.
중앙파출소가 부엉이가 둥지를 지키고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문턱이 사라지고 친근감을 줬다.

▢ “폐골목이 꿈틀로로 다시 살아나”

그림책마을을 나와 중앙파출소로 향하니 ‘아트갤러리 빛’, ‘업사이클 ART 9.6’, ‘포항 직장인밴드’, ‘흙장난 작업실’, ‘사진공간 SEE作’, ‘짚풀공예’ 등 10여 개의 작업실이 몰려 있었다. 꿈틀로 바닥 곳곳에는 꽃무늬가 그려져 있었고, 건물 사이 상공에는 폐 철옷걸이를 이용한 손뜨개 꽃이 하늘 덮개처럼 설치돼 있었다. 이 드림빌드업 프로젝트에는 시민 50명이 참여한 공공미술 프로젝트로 국내 최초라고 했다.

주변 한 식당 주인은 “인근의 포항시청이 2006년 시 외곽지역인 대잠동으로 이전한 뒤 이곳 일대는 빈 점포가 늘어나 녹슨 간판 등으로 인해 폐골목을 방불케 했다”며 “꿈틀로가 조성된 뒤 빈 점포가 작가들의 작업실로 바뀌었고 거리도 밝아졌다”고 고마워했다.

중앙파출소 맞는 편의 옛 아카데미극장 자리에는 야외공연이 가능한 문화공판장도 조성돼 있었다. 이곳에서는 각종 공연이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꿈틀로 작가들의 작업실은 중앙상가 국민은행 중앙지점 도로 건너 맞은편 뚜레쥬르(제과점)~육거리 쪽의 알뜰폰 삼둥이대리점(100m)까지 도로 안쪽(130m)의 직사각형 내에 분포해 있었다.

▢ “취객 볼 수 없고 주폭사건 사라져”

중앙파출소에 이르자 파출소 건물이 부엉이가 둥지를 지키고 있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한동대 이진구 교수가 재능기부 했다고 한다. 문턱이 사라지고 친근감을 줬다.

‘부엉이 파출소’는 도시재생마을공동체 역량강화사업의 하나로 조성됐다고 한다.

파출소 문을 열고 들어갔다. 꿈틀로 분위기를 물어봤다. 파출소 경찰들은 “옛날처럼 술에 취해 다니는 시민들을 볼 수 없다”고 했다. 주폭사건(술의 힘을 빌린 폭력사건)도 사라졌다고 했다.

옛 아카데미극장 부지에는 야외공연이 가능한 문화공판장이 조성돼 있다.
옛 아카데미극장 부지에는 야외공연이 가능한 문화공판장이 조성돼 있다.

▢ “꿈틀로, 세계 최고 문화마을로 만들고 싶어”

‘업사이클ART 9.6’에도 환하게 불이 켜져 있었다.

지난해 꿈틀로에서 국내 처음으로 시민 50명이 참여한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진행한 하은희 작가가 곧 출품작품 준비에 몰두하고 있었다.

하 작가는 “지난해 12월 꿈틀로에서 제1회 업사이클 레드카펫축제를 열었다”며 “반응이 좋아 올 9월께는 꿈틀로에서 축제복장을 한 사람들만 입장할 수 있도록 해서 신명나는 축제 한판을 벌여 보고 싶다”고 했다.

하 작가는 “포항 꿈틀로를 세계적인 문화마을로 알져진 부산 감천문화마을로 만들어 세계 관광객들을 불러들일 수 있도록 축제 기획에 골몰하고 있다”고 했다.

▢ “2020년 뒤 작업실 임대료 지원 끊기면 걱정”

포항 4대 극단 중 한 곳인 극단 ‘가인’을 찾았다. 이한엽 대표가 공연에 앞서 소품을 만들고 있었다.

연간 3~4개 작품을 공연하고 있으며, 1~2차례 대관료를 받고 90석 공연장을 빌려주고 있다고 했다. 체험학습도 하고 외부강의도 하고 있지만 생활안정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시에서 지원하는 작업실 월 임대료가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이 대표는 “대부분의 입주 작가들은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작업실 임대료가 끊긴다면 작가들이 적지 않은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부푼 희망 안은 새내기들 “재료비 지원” 기대

‘다다오 오피스’와 ‘花요일’은 한 점포에 두 곳으로 나눠 사용하고 있었다.

4명의 작가가 두 팀으로 나눠 작품 활동에 분주했다.

그래픽아트를 하던 다다오 오피스의 박소희·이종호 작가는 지난해 대학을 졸업하고 꿈틀로에 입주한 꿈에 부푼 작가였고, 변지희·박근화 작가는 꽃누르미와 앙금플라워라는 이색적인 장르로 꿈틀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고 있었다.

이들 작가는 “작업실 월 임대료 지원에 감사한다”며 “재료비 지원이 이뤄진다면 작품 활동에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웃어 보였다.

꿈틀로 작가들은 “초·중·고등학생들의 체험학습이 간간이 이뤄지고 있지만, 작품이 거의 판매 되지 않아 생계에 어려움이 많다”며 “작업실 임대료 지원이 만료되는 2020년까지 자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지만 작업실 임대료 지원 기간이 연장됐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 작가․상인 문화품앗이로 친목도로

김주헌 포항문화예술창작지구 작가연합회장(짚풀공예 작가)은 “문화예술인의 거리를 만들고 작가들의 작품 활동을 지원한 포항시의 배려에 감사한다”며 “작가들도 그에 부응하기 위해 ‘꿈틀로 아트페스티벌’도 열고 주변 상인들과 친목을 도모하기 위해 상가건물 디자인과 실내 장식 등을 해 주고 상인들은 작가들의 행사에 음식을 제공하는 등 문화품앗이가 이뤄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최근 결성된 꿈틀로 상가번영회와 지난달 27일 상호교류 협약서를 체결했다”며 “양 기관은 꿈틀로 공동체를 위해 상호협조하고 꿈틀로 발전에 대해 힘을 모으기로 했다”고 전했다.

김 회장은 “포항시의 지원과 작가들의 노력에 의해 꿈틀로의 내․외형 모습이 크게 달라졌다”며 “작가들의 걱정을 시와 시의회가 외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숲농아인교회에는 작가들이 기부한 사진이 걸려있다.
한숲농아인교회에는 작가들이 기부한 사진이 걸려있다.

▢ 상인들 상가활성화에 희비 엇갈려

조영미 도예작업실과 마주보고 있는 김소향 한숲농아인교회 사모는 “작가들이 작품을 교회 식당에 걸어주기도 하고, 접시에 그림그리기, 음식재료로 꽃 만들기 등을 지도해 주고 있다. 이곳에서 식사를 하는 분들도 많다”고 고마워했다.

리치모텔 주인은 “모텔 벽에 역동적인 모습의 걸개그림을 그려 모텔의 이미지를 향상시켜준 시와 작가들이 고맙다”며 “걸개그림을 배경으로 기념촬영 하는 손님들도 많다”고 자랑했다.

‘색다른 닭’ 주인은 “꿈틀로 주 출입로인 알뜰폰 삼둥이대리점~중앙파출소 거리와 불종로만 화려하게 장식돼 있고, 그 가운데 거리는 여전히 어둡고 스산하다”며 “문화적 도시재생 차원에서 이곳의 거리도 다양한 작품으로 장식해 준다면 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에 일부 상인들은 “꿈틀로가 조성돼도 식당 매출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경기가 어려워서 그런지 해마다 손님이 줄어들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리치모텔 벽면에 역동적인 모습의 걸개그림이 그려져 모텔의 이미지를 향상시켜 주고 있다.
리치모텔 벽면에 역동적인 모습의 걸개그림이 그려져 모텔의 이미지를 향상시켜 주고 있다.

▢ “꿈틀로 활성화 대책 귀담아 들어야”

하은희 ‘업사이클ART 9.6’ 작가는 “꿈틀로가 개장한지 2주년이 가까워 오지만, 아직 많은 시민들이 꿈틀로가 어디에 있는지, 뭐하는 곳인지 모르고 있다”며 “차재근 초대 포항문화재단 이사장이 취임한 만큼 꿈틀로가 시민들에게 확 드러날 수 있는 아케이드 등이 설치될 것”이라고 했다.

부산 감천문화마을 관계자는 “2017년 6월 입주한 작가도 있고, 지난해 입주한 작가들도 있다니 입주 작가 작업실 월 임대료 지원기간을 연장하는 방안을 지금부터 신중히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한엽 극단 ‘가인’ 대표는 “작가들의 작품 활동이 그때마다 언론에 잘 홍보된다면 작가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다. 학교와 각종 단체에서 체험학습 및 강의요청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대표는 이어 “작가들이 생계가 안정이 된다면 작품 활동에 전념할 수 있다”며 “작가와 기업 간의 1대1에 매칭에 뜻있는 기업의 관심과 사회적 분위기 조성이 요구된다”고 했다.

지역 원로 문화예술인들은 “문화예술은 시민들의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며 “꿈틀로 입주작가들의 지원을 위해 포항시와 교육청, 기업, 언론, 시민들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입주 작가들의 출강과 체험학습, 작품판매 등이 이어질 수 있도록 민관기업이 힘을 보탠다면 꿈틀로가 부산 감천문화마을처럼 세계적인 문화의 거리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황상해 포항문화재단 문화도시TF팀장은 “작가들의 작업실 임대료 지원이 내년 말에 만료돼도 올 연말 포항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법정문화도시로 지정되면 작가들의 콘텐츠 개발 등을 돕고 창의적인 아이디어에 대한 작품 활동을 지속적으로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규동기자 kd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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