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들을 청(聽)을 곰곰히 살펴보면 듣기의 중요한 원칙 몇 가지를 알 수 있습니다. 왼쪽에 귀이(耳) 밑에 임금 왕(王)자가 있습니다. 오른쪽에는 열십(十)자와 눈 목(目)자, 그 아래 한 일(一) 마음 심(心)이 결합한 형태로 배치되어 있지요. 잘 듣는다는 것은 임금의 말을 듣는 귀, 집중해서 귀 기울이는 완벽한 태도가 필요한 것이라고 1차적인 의미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오른편 아래의 一과 心은 듣기의 궁극적 목적을 상기시켜줍니다. 대화의 목적은 상대에 대한 진정한 이해(understand) 곧 한 마음(一心)을 갖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열 개의 눈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우리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때, 텍스트 그 자체로 전하는 것이 7%에 불과하다고 심리학자 메라비안은 말합니다. 38%는 말의 느낌(para language)입니다. “여보세요~”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소리로 상대의 기분을 우리는 금방 파악합니다. 여/보/세/요/ 이 네 글자의 느낌이 38%의 의미를 전한다는 것이지요. 피곤하고 냉담한 ‘여보세요’도 있고, 밝고 환한 하이톤의 ‘여보세요’도 있는 법이니까요.

나머지 55%는 비 언어적인 메시지입니다. 눈빛과 표정, 몸짓 등의 바디 랭귀지입니다. 열 개의 눈으로 확인해야 하는 것은 바로 이 55%의 비 언어적 메시지입니다. 얼굴에는 80개의 근육이 있습니다. 크게 소리내 웃을 때 50개 근육이 움직입니다. 심리학자 폴 애크먼은 얼굴 근육 2개를 움직이면 300개 표정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합니다. 3개 근육으로는 4천 개, 5개 근육을 조합하면 1만 개 이상의 표정을 만드는 것이 우리 얼굴입니다. 대화 중 메시지의 진짜 내용은 상대방 눈빛과 표정에 들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경청은 눈으로 하는 것이지요.

오늘 누구와 만날 예정인가요? 가까운 사람들의 ‘눈’을 봐주세요. 그 눈빛이 말하는 진심을 제대로 보아주세요. 그 말투에 묻어나는 외로움과 슬픔에 공감해 주세요. 아무 말 하지 않아도 그대가 곁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눈빛과 표정과 미세한 떨림을 이해하려 애쓰는 그 노력만으로도 상대는 큰 위로를 받을 수 있습니다. 겉으로 표시를 하지 않아도 마음 깊은 곳에서는 근래에 경험해 보지 못한 기쁨이 우러날지 모릅니다.

신선한 공기와 따스한 햇빛이 드나드는 데는 창문 하나면 충분하다고 로망 로랭은 말했지요. 그대의 따스한 귀 기울임이 누군가에 단 하나의 창문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조신영 인문학365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