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이 숙

텔레비전 브라운관에 새 둥지 하나

잡혀있다

온갖 뾰족한 것들 얼기설기 얽혀 지어진 둥지에

연약한 알 하나 있다

더 없이 아늑한 둥지 만들기 위해

안 가본 곳 없이 헤매었을 어미가

찰나 핏방울 맺힐 시퍼렇게 날 선 찰사 조각과

일각 돌고래 긴 이빨 같은 못 모아

콘크리트 건물 가녘에 지은

작은 북빙양

아직 펴 보지 못한 어린 것의 날갯죽지에

살얼음이 언다

자칫 작은 실수로도

사정없이 제 새끼 꿰뚫을 날카로움 피하느라

우윳빛 어미 가슴에 조금식 핏물이 밴다

쩍쩍 갈라진다

검고 탁한 브라운관에

둥지 하나 갇혀있다

포근하고 따뜻한 둥지에서 어미의 체온으로 알을 품어야 부화되고 새 생명체로 태어나지만 시인이 설정한 둥지의 환경은 위태롭기 짝이없다. 시인은 새의 둥지를 들어 인간의 유년시절을 보내는 가정을 떠올리고 있다.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없는 불안정하고 폭력적인 둥지가 아직 우리 시대, 우리 주변에 엄연히 존재하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는 시인의 목소리를 듣는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