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유총 “개학 연기 무조건 철회”
아동 볼모 무리수에 여론 역풍
사태 하루 만에 정상화 돌아서
지역 자체 돌봄교실 혼란 줄여
불편 겪은 학부모 항의 사태도
유치원 3법 협의 가능성 ‘관심’

4일 한국유치원총연합회의 개학 연기 방침에 포항 지역 총 54개 사립유치원 중 25곳이 동참했다. 이날 오후 포항지역 시민단체 회원과 학부모들이 포항교육청에서 개학 연기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용선기자 photokid@kbameil.com

사립유치원의 개학 연기사태가 단 하루만에 끝났다.

대구와 경북지역 사립유치원들은 4일 한국유치원총연합회(이하 한유총)와 별개로 개학 연기 방침을 철회하고 5일부터 정상적인 등교 및 수업을 진행하겠다고 교육당국에 의견을 전달했다.

한유총의 후퇴는 비공식적으로 학부모들과 연락해 자체 돌봄교실을 운영하면서 ‘개학 무기한 연기’라는 ‘표면적인 강수’가 큰 효과를 보지 못한데다 여론의 역풍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게다가 정부가 휴원 유치원에 대해 폐업 방침을 밝히는 등 강공을 펴자 일방적으로 몰린 결과로 종결돼 향후 에듀파인(국가회계관리시스템) 수용 등 사립유치원 운영에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교육당국도 예고된 파행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여 행정력 부재라는 비판을 피할수 없게 됐다.

4일 오전 포항시 북구의 한 사립유치원에는 여느 때와 같이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했다. 천진난만한 아이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친구들과 장난치기에 바빴다. 이 유치원은 개학을 연기하기로 교육청에 통보하면서 돌봄교실조차 운영하지 않기로 한 유치원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학부모는 “3일 밤부터 유치원에서 학부모들에게 개별적으로 아이들을 등원시켜달라고 연락이 왔다”고 귀띔했다. 정부가 한유총의 방침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폐원 방침 등으로 엄포를 놓던 것과는 ‘겉과 속이 다른’강공 작전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경북에서는 포항지역 사립유치원 중 25개원이 개학을 연기했지만 20개원에서 자체적으로 돌봄교실을 운영해 우려했던 큰 혼란은 없었다. 구미, 칠곡, 경산 등 대부분 지역 사립유치원들도 모두 개학연기를 철회했다.

대구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4일 기준으로 개학연기 의사를 밝힌 대구지역 사립유치원 50곳 중 13곳이 개학 연기를 철회했고, 실제 개학연기에 동참한 곳은 36곳에 그쳤다. 대구사립유치원연합회는 이날 오후 자체회의를 열어 5일 개학 등 정상 교육과정을 운영키로 결정하고, 이를 대구시교육청에 통보했다.

대구 동구의 한 사립유치원 관계자는 “이번 개학연기는 총연합회의 결정을 따르다 보니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자체 돌봄을 통해 간단한 놀이 등으로 신학기 선생님과 원생들 간 얼굴 익히기를 하면서 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포항시사립유치원연합회도 이날 오후 2시부터 포항교육지원청과의 회의를 진행해 최종적으로 개학 연기 철회 의사를 밝혔다. 포항지역은 경북도 23개 시군 중 유일하게 사립유치원이 개학을 연기하기로 결정하는 등 경북도 내 타 지자체 유치원들과 다른 행보를 보였다. 포항교육지원청 관계자는 “개학 연기를 철회하겠다는 (포항)유치원연합회의 입장을 전달받았다”며 “내일(5일) 정상 수업을 하는지 현장을 돌며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유총은 이날 오후 늦게 이덕선 이사장 명의의 보도자료를 내고 “개학연기 사태로 국민께 심려를 끼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개학연기 투쟁을 조건없이 철회한다”고 밝히면서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 다만 “유치원 3법(사립학교법·유아교육법·학교급식법 개정안)과 유아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그대로 수용하면 사립유치원 자율성 유지와 생존이 불가능하다”면서 “교육부·여당과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했으나 제대로 된 협의가 불가능했다”고 해명했다.

사립유치원의 파업은 단 하루였지만, 이날 하루 동안 학부모들은 큰 불편을 겪었다.

교육당국은 긴급돌봄체계를 가동해 개학을 연기한 유치원 원아들을 주변 초등학교 병설유치원 등에 분산 수용했다. 그러나 통원차량이 운행되지 않아 학부모들이 이른 오전부터 아이를 직접 돌봄교실에 등원시켜야만 했다. 불편을 겪은 일부 학부모들은 유치원을 찾아가 “입학을 취소할테니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학부모 김미영(34·포항)씨는 “전날 직장 상사 눈치를 보면서 사전에 양해를 구하고 나서 아이를 돌봄교실에 데려다 준 뒤 출근했다”며 “아이들도 익숙한 선생님과 친구들이 아니라서 얼마나 불편했겠는가”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창훈·심상선·이바름기자

    이창훈·심상선·이바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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