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시민대책기구 발족, 시민 통일된 목소리에 힘 실어야”
“범시민대책기구 발족, 시민 통일된 목소리에 힘 실어야”
  • 양만재 시민기자
  • 등록일 2019.03.04 20:39
  • 게재일 2019.03.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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⑥ 포항지진 원인규명 요구는 시민의 권리<끝>
한지원, 2003년부터 포항서 지열발전소 입지선정 조사 활동
“지열발전, 원자력·화력 대체 유일한 에너지” 장밋빛 청사진
유발지진 위험 등 우려엔 귀 닫고 과실에만 매달려 사업 실행
포항시는 곧 있을 정조단 결과 발표에 따른 대응책 마련 필요
하나의 목표 아래 여러 단체… “민심의 목소리 하나로 모아야”
11·15포항 지진과 지열발전소의 연관성을 규명한 정부조사단의 결과 발표가 오는 20일 전후로 예정돼 있어 시민들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포항시가 지열발전소 연관성과 관련해 긴급 대책회의를 갖는 모습. /경북매일DB

“포항은 첨단산업도시, 교육연구도시, 국제항만도시로서의 꿈을 키우고 있다. 이에 더해 지열발전…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연구와 상용화가 성공적 이루어져…‘신재생에너지 허브도시’로 발전됐으면 좋겠다”

2013년 4월, 지열발전소를 잘 안다는 포항의 H대학의 G교수가 쓴 칼럼의 일부다.

포항에서 지열발전소와 관련된 담론이 지역언론에 유포되기 시작한 것은 2010년 12월부터이다. 곧바로 2011년 4월에 지열발전소 건설의 사업 주체인 (주)넥스지오가 포항에 선보인다. 이후 이 회사는 포항시와 MOU체결을 하면서 지역발전소를 소개하기 시작한다. 포항시도 2012년 국도비지원사업 발굴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하면서 지열발전소 건설 예산을 국비로 확보하겠다며 명시한다. 그런 일련의 과정을 거쳐 2012년 4월, “비화산지대인 포항에 아시아 최초 지열발전소 건설, 세계에서는 3번째 흥해 남송리 착공” “지열발전은 기상여건에 관계없이 항시 전력을 생산할 수 있고, 전력 수급에 안정을 기여할 수 있는 대체에너지” 등 화려한 수사와 함께 본사업 시작을 알린다. 당시 포항시는 “흥해읍 일원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포항 Geo-city’ 사업지역으로 조성하고, 지열과 관련된 국내외 투자를 적극 유치해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지열발전을 도모할 계획”이라며 포항시 발전의 한 축으로 표방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이 야심찬 계획은 2017년 11월15일 규모 5.4의 지진 한방에 물거품이 된다. 포항에 엄청난 피해를 남긴 지진. 그 생채기가 지금도 계속되기에 포항시민들의 속은 아리고도 쓰리다. 더 속상한 것은 지진의 원인이다. 알아볼 데도 없고 답해 주는 측도 없다. 결국 시민들이 나서 물음을 던졌고, 그것은 정부조사단의 발족으로 귀결됐다. 그 결과가 오는 20일을 전후해 나온다.

왜 포항이었을까.

결과만 놓고 보면 포항시민들은 참으로 순진했던 것같다. 지열발전소가 몰고 올 문제에 대해선 어느 누구도 별다른 이의제기가 없었던 점이 이를 잘 보여준다. 모두 지열발전소가 대단한 산업이라며 박수치며 맞이했다고 보는 것이 더 적확하다. 사고 후 살펴본 바에 따르면 포항이 지열발전 적지였다는 것은 포항에 지열발전소 건립안이 제시된 2010년보다 7년 전인 2003년부터 등장한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후 한지원)이 2003년에 발표한 ‘지열에너지 개발을 위한 심부 물리탐사’ 보고서를 보면 한지원의 연구책임자 중심이 돼 포항시 흥해읍 지역을 중심으로 지열발전소 입지 선정에 필요한 각종 조사활동을 했다는 대목이 나온다. 2006년에는 흥해지역에 지하 2㎞의 심층지열수 자원을 이용해 전기에너지를 활용하기 위해 1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된 대목도 있다. 이후 2008년에 지열수 자원 실용화 기술개발 사업에 1차 75억원, 2차 46억원 등 모두 121억원의 예산을 연속 투자한 것으로도 나타난다. 2010년 지열발전소 공모사업으로 발주하기까지 한지원이 사용한 겉으로 드러난 예산만도 약 221억여원에 이르는 것이다. 지열발전에 관련된 여타 연구용역까지 추가하면 예산은 더 증가할 수도 있다.

한지원의 포항지열발전소 건설은 포항시에 협조의 손길을 MOU 방식으로 내밀면서 구체화된다. 한지원은 2009년 발간한 ‘전력정보화 및 정책지원’ 보고서에서 “포항을 러시아 극동지역 자원개발 지원도시로 육성하며, 싱가포르와 같은 석유시장 인프라를 구축해 신성장 동력사업을 발전시킨다”고 밝히고 있다. 포항시는 지열발전소와 관련한 MOU를 공식적으로는 2011년에 지열발전소 운영 주체인 넥스지오와 체결했지만 정부 차원에서는 3년 전에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포항시는 한지원에 포항지질자원연구소의 부지를 무상임대하고, 부지매입과 조성에 33억9천만원의 예산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서를 시의회에 제출, 의결을 받아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포항지열발전사업 홍보 또한 장밋빛 일색이었다. 2005년의 ‘세계지열에너지 활용현황 및 전망’ ‘경북포항지역에서의 심부 지열수자원 개발사례’와 2006년의 ‘지열에너지자원 개발, 활용 기술 및 동향’에는 이 사업이 포항의 미래라고 적시하고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한발 더 나아가 2010년 ‘심부지열개발 시추기술의 현황과 미래 전망’ 논문에서 “지열발전소가 원자력과 화력발전을 대체할 수 있는 유일한 에너지 기술원이고, 지열발전소 건설과 운영에 핵심기술인 심부 지열개발용 시추기술이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다소의 시간과 그 과정이 길고도 길었지만 모두가 쭉 뻗은 고속도로를 달릴 생각뿐이었지, 곡선 구역은 어떻게 설계하고, 만에 하나 주민 피해를 최소화해 가며 건설해야 한다는 사고 대비 등의 계획과 청사진은 형식에 그쳤다.

수천억 원의 국가예산이 투자되는 기술개발 사업이라면 정부는 면밀한 사전준비를 해야 할 책임이 있다. 물론 사업 관련 공무원의 경우 전문지식과 정보가 부족할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지금 인터넷엔 지천으로 깔린 것이 관련 정보다. ‘지진을 일으킬 수 있는 지열발전시스템’(2010년 4월)의 기사부터, 미국학자들이 1993, 2008, 2012년 에 연속 발표한 지열발전과 유발지진 위험을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체크리스트 등 지열발전소 우려 정보가 널려 있다. 왜 이런 우려에는 귀를 닫고 과실에만 매달렸는지 안타까운 대목이지만 누가 왜 그 반대편의 위험은 고지하지 않았는지 앞으로 시간이 걸리더라도 하나하나 밝혀나가야 할 사안이라 할 수 있다.

정부조사단은 지난 1년여간 조사를 진행해 왔다.

지금으로서는 어느 누구도 결과를 예단할 수가 없다. 다만 3가지 추론 정도에서 그림이 그려진다. 2017년 11월 15일 규모 5.4 포항지진은 △인간이 만들어 낸 유발지진일 가능성 △인간이 만든 지진과 자연지진이 결합된 촉발지진일 가능성 △자연지진일 가능성 등 세가지 유형이다. 첫 번째와 두 번째는 규모5.4 포항지진은 지열발전소와 관련성이 있고, 세 번째는 지열발전소와 아무 관련성이 없다는 뜻이다.

정조단이 포항지진은 지열발전소와 관련성이 있다는 발표를 할 경우 정부와 넥스지오의 책임을 묻는 절차를 밟을 수 있는 실증적 근거는 확보된다. 정부가 과오를 솔직히 인정하고 시민대표기구와 협상을 통해 보상에 필요한 특별한 정책을 수립하고 예산을 집행하는 수순과 방법을 선택하면 문제해결의 접근은 가능해진다. 시민대책 기구에 누구를 대표로 할 것인지, 시민 요구사항을 어떻게 집약시킬 것인지, 시민대표가 정부와 협상에서 보상액수와 방법을 두고 합의에 도달한 사항을 시민들이 어떤 방식으로 동의할 것인지 등의 의제가 남아있긴 하나 다소 수월한 길이다.

그러나 자연지진에 무게를 둔 발표라면 포항시민은 관련성 여부를 가리기 위해 법정으로 옮겨 가야 한다. 어쩌면 최악의 시나리오라 할 수 있다. 최종심인 대법원의 심판을 받기 까지 짧게는 3년, 길게는 5년 정도의 기간을 각오해야 한다. 포항 규모 5.4 지진과 지열발전소 관련성의 여부를 다시 판가름하는 재판 절차를 거치면서, 동시에 정부와 (주)넥스지오의 과오를 가리기 위한 법 절차도 가동해야 하고, 긴 법정 다툼에 따른 비용도 감당해야 하는 부담도 있다. 대법원이 우리가 원하는 결과로 판단할 것인지 또한 보장할 수 없는 것이 현실로 남는다.

정조단이 어떤 내용을 발표하든 이에 대비해 포항시는 정부를 상대로 대응할 가칭 ‘포항지진 보상을 위한 범시민대책기구’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 이미 포항지진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11·15지진’ 지열발전 공동연구단도 있고, 포항시의회가 구성한 지진피해대책특별위원회도 구성되어 있다. 일부 시민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여러 시민조직도 활동하고 있다. 같은 사안을 두고 여러 단체들이 활동하다보니 마찰음도 나오고 있다. 목적이 같다면 굳이 이 단체 저 단체 나누어서 대처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지진관련 기존의 단체와 포항시민을 대표하는 학계, 시민사회단체, 포항 여야정당의 대표 등 시민들이 대거 참여하는 범시민대책기구가 발족하면 우선 목소리가 통일돼 신뢰성과 힘을 갖게 될 것이다. 정조단이 조사결과 발표하는 오는 20일 이전에 미리 구성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이는 정조단의 발표 이후 이곳저곳에서 나올 의견의 난립과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또한 범시민대책기구가 있어야 정부를 상대로 효과적인 협상에 나설수 있다. 법적 절차에 필요한 재원과 인력을 확보하는 등 ‘집합적인 지혜’를 모색하려면 단일 목소리를 내는 것이 더 타당하다는 것은 우리가 그동안 다른 사례에서도 많이 봐 왔다.

양만재 박사
양만재 박사

지진발생과 함께 경제적 불황으로 포항시민은 여전히 경제적, 정신적 고통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 인구가 줄고 부동산 가격 하락을 부채질한 것에 지진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포항시민은 지금 공동의 이익을 추구해야 하는 지혜로운 행동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포항시민들의 지진 원인 규명 요구는 무엇을 더 얻고 덜 받아내고의 문제는 결코 아니다. 지진으로 덕지덕지 상처 난 민심에 대한 최소한의 자존심이며 어떻게 보면 시민의 권리이기도 하다.

/양만재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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