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정책을 둘러싼 정부와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의 갈등이 3월 개원 연기로 인한 소란으로 번져 시끄럽다. 4일 오전 교육당국은 서울 21곳을 비롯해 봄학기 개원 사보타주 결행 전국 사립유치원을 365곳으로 파악했다. 여야 정치권은 물론 일반 국민의 따가운 시선 탓인지 당초 1천500여 곳으로 주장되던 대란은 파장이 크게 줄었다. 이 문제는 아이들 교육문제를 놓고 하염없이 실랑이만 벌여온 정치권이 가장 먼저 비판받아 마땅하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교육청 감사자료를 분석해 불투명한 사립유치원 회계의 문제점을 침소봉대 폭로하면서 시작된 유치원 관련법 개혁 논쟁은 처음부터 논란거리를 안고 있었다. 거대 이익단체인 한유총이 그동안 보수 정권에 우호적이었다는 이유로 인해 진보정권에 미운털이 단단히 박혔고, 예산을 함부로 쓴 약점이 잡혀 곤경에 처했다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나돌았다. 확인되지 않는 배경에 대한 유추야 어찌 됐건 간에 명분과 세상인심은 대체로 한유총 편이 아니다. 일부의 사례라고는 하나 유치원 예산을 지극히 사적인 용도로 쓴 사례들은 대중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하다. 게다가 포퓰리즘 방화에 능한 정치권의 파상공세까지 악착같이 파고들었다. 자유한국당은 아마도 정부 여당의 전선확대를 음모적 시각으로 읽는 것 같다.

갈등의 주요 원인은 ‘국가회계프로그램 에듀파인’ 등을 의무화하는 교육부 시행령이다. 유치원 3법(사립학교법·유아교육법·학교급식법 개정안) 처리 책임 공방도 있다. ‘슬로우트랙’이니, ‘패스트트랙’이니 일반 국민은 알아먹지도 못할 용어들을 주고받으며 연일 지지고 볶는다. 어린이에게 꿈을 심어줘야 할 유치원 안팎에서 학부모들까지 두 패로 나뉘어 팔뚝질이다.

정부는 뭘 잘했다고,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는 한유총에 살기 찬 협박만 거듭하는가. 국민 세금으로 행세하는 사람들이 갈등을 조속히 해결해야 할 으뜸 의무를 저버리고 으르릉거리며 시간만 보내는 모습에 맥이 빠져 백성 노릇 하기도 벅찬 대한민국이다.

영양가 없는 잡설 다 걷어치우고 하루빨리 마주 앉아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정부가 말 안 듣는다고 국민을 상대로 검·경 앞세워 협박해도 되는 건 아니다”라는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이 일갈이 귀에 쏙 들어온다. 유치원 사유재산과 지원금 회계를 일찍이 구분해주지 못한 정부의 책임은 막중하다. 유치원에 지급되는 지원금을 학부모에게 바우처 방식으로 직접 제공하는 방식이 어떠냐는 이 의원의 아이디어도 솔깃하다. 진정 딴마음이 없다면 왜 해법이 없으랴. 정치권이 나라 망칠 ‘네 탓’ 고질병만 씻어내도 세상은 크게 달라질 것이다. 권력욕과 연결된 서툴고 음험한 저 욕심들만 내려놓는다면 길은 곧 보이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