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영 서

기린 울음소리를 들은 적이 있는가

동물의 왕국에서

큰 나무 잎새를 말아 넣는 기린이

어딘가 기형적으로 보이는 것은

한 번도 그 울음소리를

들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함부로 토해내지 못한 말들이

차곡차곡 쌓여

길어졌을

‘기린’ 하고 부르는 혀끝이

자꾸만 안으로 치닫는 것은

방목할 수 없는 그리움이

내 안에도

똬리를 틀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도 석양의 지평선에서

음머 - 하고 터뜨리고 싶은

그 소리의 가없음으로

타는 노을

한 번도 울음소리를 들어보지 못한 기린은 울지 못하거나 울지 않는게 아니라 그 어떤 아픔에서 터져나오는 울음소리를 삼키고 있을거라는 생각을 시인은 전제하고 있다. 기린은 울음소리를 토하지 않기에 그것이 몸속으로 쌓이고 쌓여 기형적으로 목이 길어진 것은 아닐까 하는 시적 발상이 흥미로운 시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