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규열한동대 교수
장규열 한동대 교수

최근 발표된 건강국가지수(Health iest Country Index)에 따르면 한국은 17위에 머물렀다고 한다. 전세계 거의 모든 나라의 위생상태와 기대수명, 수질과 환경을 종합적으로 감안하였으며 아시아에서는 일본과 싱가포르가 10위권에 들었다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유럽 국가들이 높은 순위를 차지하였으며 미주국가들은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고 한다. 놀랍게도 미국은 35위에 머물렀다는 것이다. 1위를 차지한 스페인에서는 국민들에게 무료로 모든 1차진료를 제공하며 질병치료 보다는 질병예방, 식습관 관리와 건강환경 유지 등에 초점을 맞춘 보건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한다. 매슬로우(A. Maslow)의 ‘인간욕구 5단계’에서 가장 기초적인 욕구가 ‘생리적 욕구’임을 볼 때 건강국가지수는 이들 나라에서 국민들이 행복을 위한 기초적인 조건을 어떻게 확보하고 있는지를 보여 준다.

건강과 더불어 생존을 위하여 경제적인 뒷받침이 따라야 할 터이다. 건강이 제공하는 에너지와 함께 보다 나은 경제력이 삶을 지탱하게 되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인생을 구가할 것으로 생각한다. 국가 간 경제성장의 상대적인 차이를 비교하고 정부의 성공여부를 가늠할 때에도 주로 국민총생산과 소득수준을 기준으로 평가하곤 한다. 일반적으로 소득이 높으면 보다 만족스러운 삶을 영위할 것으로 생각한다. 여러 사회적인 문제와 갈등이 경제적인 어려움으로부터 비롯되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 어느 건강하고 부유해 보이는 부인이 남편과 아이를 향해 던지는 고성과 폭력이 담긴 동영상은 건강과 재력이 인간 행복의 충분한 조건이 될 수 있는지를 다시 생각해 보게 하였다.

영국의 신경제재단(New Economics Foundation)은 생각이 다르다고 한다. 인간의 삶은 건강하고 돈이 많아서 행복해 지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 스스로 삶을 어떻게 느끼며 살아가고 있는지 직접 물어보아야 하며 돌아오는 답변에 따라 정부와 관련 공동체들이 적극적으로 반응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 세기 동안 중앙정부와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경제체제는 불공정한 결과들만 만들어 온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보통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함께 문제점을 발견하며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들어 가기 위하여 경제시스템을 새롭게 만들어 가야 한다고 제안한다. 2010년 신경제재단이 발표한 ‘국가별 행복지수’는 놀랍게도 아시아의 작은 나라 ‘부탄’이 지수 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라고 하였다. 소득수준과 성장중심 사고에 익숙한 우리들에게 사뭇 생경한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최근의 사건을 접하면서 다시 들여다 보게 되는 것이 아닌가.

어떻게 행복할 수 있을까. 건강과 돈만으로 행복해 지는 것은 일단 아닌 것으로 보인다. 조금 양보하여 건강과 재력이 인간에게 행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해 주기는 하는가 보다. 매슬로우도 이들을 일차적 욕구로 지적하였으니까. 그의 이론은 ‘5단계’를 제시하였다. 건강과 생리적 욕구를 넘어, 안전, 소속, 존중, 그리고 자아실현의 욕구들도 적절히 충족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이들 높은 수준의 욕구들은 거의 모두 그 어떤 객관적인 조건변수로 확보된다기 보다는 개인의 주관적인 판단과 의지에 따라 정해진다는 것이다. 어느 누구와 견주어 나의 삶과 조건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 묻고 답하는 가운데 결정되는 것이 ‘만족’이며 ‘행복’이라는. 그런 결과 미진한 부분이 발견되면 공동체적으로 반응하고 해결책을 제시해 볼 수 있지 않겠느냐는 권고가 뒤따른다. 결국, 삶의 주인은 나 자신이며 행복한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도 스스로였다는 것. 건강해 보이고 또 부유하다고 알려졌어도 어느 한 구석 행복하지는 않아 보이는 저 여인에게서 우리는 무엇을 배우는가. 삶은 나의 것이다. 행복은 내가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