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태대구취재본부 부장
김영태 대구취재본부 부장

자유한국당의 극우화에 대한 걱정이 쏟아지고 있다.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의 지역별 합동연설회 이후 좌우를 불문하고 보이는 반응이다. 전당대회 일정이 발표되기 이전 상승세를 탔던 한국당 지지세가 합동연설회 이후 다시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콘크리트 지지층은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당 지지도가 떨어지는 이유는 바로 중도를 표방하는 이들이 돌아선 데 있다.

합동연설회마다 보수의 기본정신인 염치와 체면을 망각한 채 잔칫상을 엎을 기세로 뒤흔들어 버린 일부 인사들의 막말 잔치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이들은 한국당 대표격인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을 향해서도 ‘나가라’와 글로 옮길 수 없는 욕설 등의 야유와 막말을 퍼부었다. 이런 몇몇 인사들의 행위에 중도층이 등을 돌렸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막말 인사들 가운데엔 판사를 역임한 변호사도 있고 대학교수, 유명병원 병원장, 장성급 군 전역자, 목사 등 다양하게 분포돼 있다. 하지만, 염치와 체면을 모르고 거리낌 없이 내지르는 말과 행동에 당은 어떠한 제지나 자제를 요청하지 않았다.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된 한국당 대표의 어깨가 무거워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새 당 대표가 행동으로 옮길 수있는 운신의 폭이 그렇게 넓지 않아 보인다.

극우 성향을 보이는 인사들까지도 모두 포용하고 가는 방법과 이들를 철저히 배제하는 행보 등 두가지 가운데 어느 쪽을 선택할지 주목된다. 우선 보수의 기본 정신을 잊어버린 이들과 함께 가는 것은 탄핵정국 이전의 카테고리에 갇히는 우를 범하게 된다. 여당과 다른 야당은 일제히 도로 친박당이라는 비난을 퍼부으며 공격의 고삐를 바짝 당길 것이다.

이럴 경우 내년 총선과 이어지는 대선에서 중도를 표방하는 국민으로부터 우파가 설자리는 외면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전조는 지역별 합동연설회에서 충분히 드러났다. 보수의 심장이라고 일컫는 대구·경북에서도 예외가 아님을 확인할 수 있었다. 즉 극우 성향의 프레임에 중도층 인사들이 갇혀 있기를 싫어함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상황으로 흐르면 집권여당은 겉으로는 아니지만 속으로는 상당히 쾌재를 부를 것이다. 이미 지역에서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중량감 있는 민주당 인사가 자신의 지역구를 대구로 바꿔 출마할 것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는 것이 좋은 예일 것이다. 이같은 현상이 가속도를 내면 여당의 전국 정당화를 위한 동진정책에도 상당히 힘을 보탤 것이라는 것이 지역 정가의 한결같은 전망이다. 민주당으로서는 유일한 미답의 땅으로 남아있는 경북지역이 더 이상 특정 정당의 텃밭으로 존재하기도 힘들고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일 것이라는 전망을 그래서 나온다. 한국당 경북도당이 젊은 혁신위원장을 선임한 것도 이같은 배경을 의식한 불가피한 선택지였을 것이다. 다음은 이들을 배제하는 방법이 남는다.

이렇게 되면 그나마 총선과 대선에서 멀어져간 중도층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할 기회가 주어지고 각종 선거에서 비빌 언덕을 만들 수 있는 것으로 정치권은 보고 있다. 그동안 여당의 경제정책 실패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제1야당인 한국당에 조금씩 마음을 열던 중도층 국민들이 우파에게 조금 더 다가설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유일한 출구일 것이다. 새로운 당 대표와 최고위원들이 어떤 방향으로 키를 잡느냐에 따라 앞으로 남은 총선과 대선의 결과가 달라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있다.

역대 선거에서 당선의 키를 잡고 있는 이들은 좌우 진영의 충성스런 지지자가 아니라 바로 중도를 표방하는 말없는 다수다. 이들이 표로써 심판해온 역대 선거를 통해 한국당은 당의 진로를 택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