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서 병원 응급실 의자 발로 차고 욕설한 50대 경찰 조사
지난달 20일부터 7차례 행패 부렸지만 매번 훈방으로 풀려나
“상습 위협인데 입건도 안하다니…” 경찰 ‘미흡한 대처’ 도마에

생명이 위급한 환자를 치료해야 하는 응급실에서 한 50대 남성이 상습난동을 부렸는데도, 경찰이 훈방조치를 반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남성은 몸속에 흉기까지 숨기고 응급실을 방문했던 것으로 알려져 경찰의 대처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포항북부경찰서는 술을 마시고 병원 응급실을 찾아가 난동을 부린 혐의(업무방해)로 김모(51)씨를 조사 중이라고 24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달 20일부터 최근까지 총 7회에 걸쳐 포항시 북구 용흥동에 있는 한 병원에서 응급실 의자를 발로 차고 욕설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병원 측이 수면제 처방이나 입원을 거부했다는 이유에서다.

병원은 김씨가 난동을 부릴 때마다 경찰에 신고했지만, 그의 행패는 끊이지 않았다. 경찰이 단순 음주 소란으로만 조사한 뒤 입건도 하지 않은 채 그를 풀어줬기 때문이다.

지난해 응급실 폭행사건이 잇따르면서 올해 초 응급의료법이 개정된 현실과는 상반된 조치다.

확인결과 이 응급실을 관할하는 역전파출소는 지난달 20일과 27일, 지난 17일 등 응급실 소란으로 김씨를 3차례 연행하는 동안 포항북부경찰서에 발생보고도 하지 않았다.

훈방 조치된 김씨는 지난 20일 오전 1시 44분께 옷 속에 흉기를 몰래 넣어 두고 진료를 받으러 가기도 했다.

다행히 품속의 흉기를 간호사가 미리 발견하고 빼앗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응급실 의료진들은 공포에 떨 수밖에 없었다.

흉기를 소지하고 응급실을 찾아왔다는 신고를 접수한 역전파출소는 그제야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북부경찰서에 보고했고 현재 수사가 진행중이다.

김씨의 난동은 이 동안에도 지속됐다.

김씨는 지난 20일 밤 10시 13분께 또다시 병원을 찾아가 행패를 부리는 등 3차례나 응급실 관계자들을 위협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역전파출소 관계자는 “김씨가 술을 마시고 소란을 피우기는 했지만, 현행범으로 체포해 형사 처벌할 수준은 아니었다”며 “병원에서도 김씨를 밖으로 내보내 달라고만 했을 뿐 처벌은 원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경찰의 안일한 대처로 끔찍한 사건이 발생할 수도 있다며, 응급실 난동과 관련한 매뉴얼이 부실하다고 지적했다.

또 응급실 난동은 엄중히 처벌해 환자와 의료진을 보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포항시민 김모(36·남구 지곡동)씨는 “생명을 다루는 응급실의 음주소란·행패는 더 엄중히 처벌해야 하며, 정부도 그렇게 하기 위해 법을 개정했다”면서 “상습 행패도 모자라 칼까지 품고 응급실을 찾아간 사람을 7차례나 훈방한 것은 소극적 치안을 넘어 직무유기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2018년 상반기 응급의료 방해 현황을 보면 의료기관 기물 파손과 의료인 폭행·협박으로 신고·고소된 사건은 지난해 상반기에만 전국 47개 병원에서 582건이었다.

이중 폭행(202건)이 가장 많았고 위협(77건), 위계·위력(72건), 난동(48건), 기물파손·점거(23건), 폭언·욕설(17건), 성추행(1건) 순으로 발생했다. 이 가운데 398건(68.4%)은 사건 가해자가 술에 취한 상태였다.

지난해 7월 구미의 한 병원에선 한 대학생이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던 중 갑자기 의료용 철제 트레이로 의사의 뒷머리를 내리쳐 동맥파열과 뇌진탕 등 전치 3주의 상처를 입히기도 했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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