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 하나로 독일이 통일되었다는 이야기, 들어보셨나요?

소련의 몰락을 불러온 독일 통일은 동독 공산당 대변인 귄터 샤보브스키의 폭음에서 비롯합니다. 독재자 호네커가 사임하자 동독 주민들은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는 권리를 달라고 줄기차게 요구합니다. 서방 기자들이 잔뜩 몰린 상태에서 읽어 내려간 여행 자유화에 대한 임시 법안은 여권 발급 시간을 약간 단축한다는 내용 외에는 중요한 게 없었습니다.

술이 덜 깬 상태로 대변인 귄터 샤보브스키가 법안을 읽은 후 질문이 쏟아집니다. 이탈리아 기자가 서툰 독일어로 질문합니다. “법안이 발효되면 동독 주민들의 여행 자유화가 이루어진다고 봐도 되는 건가요?” 어리벙벙한 대변인은 말귀를 알아듣지 못한 채 대답하죠. “그렇소!” 아주 민감하고 중요한 이슈에 충격적 답변이 나오자 다른 기자가 재빨리 질문합니다. “언제부터 유효한가요?” 귀찮아진 대변인은 멀뚱한 눈으로 답합니다. “바로 sofort!” 한마디 덧붙입니다. “즉시 unverzuglich!” 기자들은 황급히 본국으로 이 뉴스를 타전합니다. “지금부터, 즉시 동독 주민들이 서독으로 바로 여행하는 것이 가능하다.”

여행에 굶주린 동베를린 시민들은 소식을 듣자 마자 너도 나도 차를 끌고 서베를린으로 넘어가는 관문 ‘체크포인트 찰리’로 끝없이 몰려듭니다. 우왕좌왕 하던 경비병들은 어쩔 줄을 모르지요. “너희들은 TV 뉴스도 안 봐? 여행 자유화가 선포됐다고!” 시민들의 항의에 결국 경비병들은 국경을 열어주고 뒤로 물러납니다. 물꼬가 터진 베를린 장벽은 마침내 시민들의 힘에 와르르 무너져 내립니다. 결국 독일 통일로 연결되지요. 고위 관료 한 사람이 폭음 후 저지른 황당한 실수 한 마디가 세상의 역사를 바꾸어 버렸습니다.

마크 트웨인은 말합니다. 오늘 일어날 수 없는 일은 단언코 아무 것도 없다!(Apparently, There is nothing that cannot happen today). 오늘이라고 하는 이 하루 세상에는 그 어떠한 일들도 일어날 수 있는 법입니다. 우연을 가장한 필연으로 우리 삶은 날실과 씨실로 짜지는 옷감과 같습니다. 하루 하루 무의미한 반복처럼 보이는 우리의 일상이 어느 순간 임계점을 만나면 하루 아침에 커다란 변화를 불러 일으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소망을 잃지 않고 내 자리에서 묵묵히 전진하는 일입니다. 그날은 오늘 일 수도 있고 1년 후 일 수도, 5년 후가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지요.

/조신영 인문학365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