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DGIST 총장특보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DGIST 총장특보

한국 과학기술계가 바야흐로 ‘여성 과학자 시대’를 맞았다. 이젠 여성과학자의 이름이 언론에 오르내리는게 별로 낯설지 않다. 대통령비서실 과학기술보좌관에 이화여대 약학과 이공주 교수가 임명되었다고 한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김명자 회장,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문미옥 1차관에 이어 “여성과학자 트로이카”시대를 열었다는 요란한 언론보도가 주목을 끈다.

모두 필자와 인연이 많은 교수들이다.

카이스트 석사과정 후배인 이공주 교수를 만난 건 80년대초 스탠포드 대학 시절이었다. 당시 최근 임명된 오세정 서울대 총장과 함께 20대의 학생 시절이었다. 학업에 열중하면서 학생회 모임에 열심히 나오던 모습이 기억난다. 이후 뛰어난 학술업적으로 여성과학기술자상, 마크로젠 여성과학자상 등 다양한 상을 수상하였다.

문미옥 차관은 포스텍에서 학사, 석사, 박사를 했으니 학과는 다르지만 제자인 셈이다. 최근 디지스트(대구경북과기원) 졸업식에 참석한 문 차관의 자신만만한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국회의원, 과학기술보좌관 등을 거치며 과학계의 실세라는 별칭도 갖고 있다. 적극적인 성격이 주목을 끈다.

김명자 회장은 오래전부터 과학계의 잘 알려진 인사다. 숙명여대 화학과 교수를 25년간 역임한 김 회장은 김대중 정부에서 44개월간 환경부 장관을 지내 ‘헌정 사상 최장수 여성 장관’ 기록을 세운 바 있다. 자주 각종 회의에서 인사를 나누었다.

한 분은 차관이고, 또 과학기술보좌관은 차관급, 과총 회장은 한국의 ‘과학기술인 대표’로 친다면, 한국과학기술계는 이들 3명의 여성과학자 트로이카가 맡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간다.

‘역사 속의 여성 과학자들’의 삶을 살펴보는 것도 상당한 의미가 있을 듯하다. 흔히 ‘퀴리 부인’이라 불리는 ‘마리 퀴리’(Marie Curie·1867∼1934)는 성공한 여성과학자의 대명사처럼 알려져 있는데, 노벨상을 두 차례나 받았다. 또한 퀴리 부인의 큰딸인 이렌 퀴리(Irene Curie·1897∼1956) 역시 1935년도 노벨화학상을 받는 등 크게 성공한 여성과학자였다.

리제 마이트너(Lise Meitner·1878∼1968)와 로절린드 프랭클린(Rosalind Elste Franklin·1920∼1958)처럼 퀴리 모녀에 못지않은 비범한 능력과 열정을 가진 과학자도 있었다. 우라늄 원자핵이 두 쪽으로 쪼개지는 핵분열의 원리를 명확히 밝혀내는 커다란 업적을 남겼다.

또한 로절린드 프랭클린은 DNA의 이중나선구조를 밝히는데 결정적 공헌을 했다. 왓슨(James Watson·1928-)과 크릭(Francis Crick·1916∼2004)이 경쟁자였던 윌킨스(Maurice Wilkins)와 함께 1962년도 노벨 생리의학상까지 받게 된 불후의 업적인 DNA의 이중나선구조 발견은 프랭클린이 찍은 DNA의 X선 회절사진이 결정적 단서를 제공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돌이켜 보면 공학분야의 여성 진출이 눈에 띈다. 70년대 대학시절 공대 입학생 600명 중 여학생은 단 3명이었고 큰 화제가 됐다. 보통 1∼2명 입학하는데 3명이나 입학했으니 단연코 화제였고 남학생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었던 그런 시절이었다. 이제 대부분 대학의 공대에서도 20% 정도가 여학생으로 채워진다. 생명, 컴퓨터공학, 수학 등 여학생 선호분야 뿐만아니라 기계, 토목, 에너지 자원 같은 중후장대한 분야에도 여학생의 진출이 눈에 띈다.

공학분야의 여성 과학자들이 많아지면서 여성CEO들도 늘고 있다. 이제 여성과학자, 여성공학자는 보편화 되는 모습이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과학계에선 가속화 되고 있고 이는 긍정적인 모습으로 다가온다. 여성과학자들에게 파이팅!이라고 외쳐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