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10월 9일. 다나카(43)씨는 이 날도 열심히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오후에 전화 한 통이 걸려옵니다. “15분 후 외국에서 중요한 전화가 옵니다. 직접 받아주세요.” 다나카는 기대 반 불안 반 심정으로 기다리지요. 잠시 후 벨이 울립니다. 상대는 또렷한 영어로 말합니다만 평소 외국인과 통화할 일이 없던 다나카는 진땀을 흘립니다. 전화를 끊고 나서 기억을 더듬지요. “....○○을 받게 되었다. 스웨덴... 어쩌고 저쩌고...” 다나카는 주변을 살핍니다. “혹시 몰래 카메라가 아닐까?” 이상한 기분이 듭니다.

잠시 적막이 흐르고 30초쯤 지나 회사 전화기 50대가 동시에 울리기 시작합니다. 한결같이 다나카 고이치를 찾는 전화입니다. 기자들이 몰려들기 시작합니다. 방송국 TV 송출버스와 카메라 기자의 플래시로 회사는 전쟁터를 방불케 하지요. 대학 졸업이 학력의 전부인 늦깎이 주임 다나카 고이치가 노벨 화학상 수상자로 발표 난 직후 풍경입니다.

쏟아지는 인터뷰 요청에 강연 요청이 쇄도합니다. 양복이 두 벌 밖에 없어 양복을 사러 외출했다가 그를 알아본 사람들에 둘러 싸여 곤욕을 치릅니다. 눈 뜨고 일어나니 일약 스타가 되어 있었지요. 시마즈 생명과학연구소는 이 사건으로 큰 명성을 얻습니다. 주가도 큰 폭으로 상승하지요. 대표이사는 다나카를 이사로 승진시키려 합니다만 본인이 극구 사양하는 바람에 결국 부장 승진으로 타협을 보았습니다.

스웨덴 왕립 과학아카데미는 이 연구가 생체 고분자의 질량과 입체구조를 해석하는 방법을 개발, 바이오 산업의 미래를 활짝 열었기 때문에 노벨상을 수여한다고 밝힙니다. 그런데 정작 다나카는 자기 연구가 실수에서 비롯한 것임을 털어 놓아 화제가 되었지요. 코발트와 글리세롤 조합의 결과를 얻어내기까지 200번 이상을 실패했는데 실험 중 부주의로 인해 액상의 글리세롤이 코발트 분말에 흘러내려 버리는 실수를 합니다. 버리기 아까워 분석해 본 것이 단백질을 파괴시키지 않고 이온화하는 현상을 발견하는 데 이른 겁니다. 우연한 실패가 대 성공으로 이어진 것이지요.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인생을 살아가는 데 오직 두 가지 태도가 있다고 말합니다. 하나는 아무 것도 기적이 아닌 것처럼, 다른 하나는 모든 것이 기적인 것처럼 살아가는 것이라고요. 우리 삶에 벌어지는 여러 실패와 실수들, 비록 따갑고 아프지만 어쩌면 그 모든 것들이 하나 버릴 것 없는 소중한 기적의 씨앗일지도 모릅니다. /조신영 인문학365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