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 지난달초부터 조례 시행… 골칫거리 해결길 열렸지만
예산 확보 전무한데다 현황 파악 담당 전문인력조차 못구해
“오랜 숙원사업인데 실태파악도 안했나” 행정력 부재 도마에

18일 포항시 북구 용흥동에 위치한 한 주택이 오랜시간 동안 사람의 손길이 끊겨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포항시 빈집 강제 철거 조례가 지난달 2일 시행됐지만, 지자체의 행정력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포항시는 아직까지 정확한 빈집 현황 파악이나 예산 확보조차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8일 포항시 북구 용흥동의 한 주택. 2층짜리 단독주택 벽면에는 여기저기 벗겨진 페인트 위로 ‘붕괴위험 주차금지’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경고 문구대로 집과 벽은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보였다. 출입문은 인적이 끊긴 지 오래된 것처럼 무성히 자란 잡초에 가로막혀 있었고, 창문은 모두 깨져 있었다. 실내에는 소주병이나 부탄가스통, 침대 매트리스 등이 버려져 있었다.

인근 주민 신모(64·여)씨는 “밤뿐만 아니라 대낮에도 그 집을 지날 때면 무언가 튀어나오지 않을까 두려움이 든다”며 “오랜 시간 동안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집이 무너져 내려서 안전사고라도 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빈집이란 지자체장이 거주·사용 여부를 확인할 날로부터 1년 이상 아무도 거주·사용하지 않는 주택을 의미한다. 장기간 인적이 끊긴 채 방치된 주택은 도시 미관 훼손과 주거 생활환경 저해, 청소년 탈선 장소로 전락해 각종 범죄의 온상지로 전락할 위험이 있어 전국적으로 대책 마련에 대한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그러나 집주인 입장에서는 건물을 허문 땅이 나대지로 분류돼 별도의 세금을 내야 하기 때문에 내버려두고 있고 지자체 역시 사유재산이라는 이유로 강제 철거가 사실상 불가능해 빈집 문제는 풀 수 없는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21일 포항시의회는 제256회 정례회 제3차 본 회의를 열어 포항시가 제출한 ‘포항시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조례안’을 의결했다.

포항시는 빈집의 안전 확보를 위해 소유자에게 △건물 벽체 및 담장 등에 대한 보수·보강 △출입문 및 가스·전기·수도 등의 공급설비 사용중지 및 폐쇄 △각종 범죄 이용 여부 확인 및 차단 등의 조치를 명령할 수 있고, 이에 불응할 시에는 포항시가 직권으로 빈집에 대한 철거 조치를 할 수 있게 됐다.

이번 조례를 통해 빈집 강제 철거에 대한 근거가 마련됐지만, 포항시는 빈집 정비에 관한 관련 예산도 확보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빈집 현황을 파악하는 전문 인력도 구하지 못하고 있다. 빈집의 활용 계획 또한 전무한 상황이다.

시민 이모(29)씨는 “포항시가 조례를 제출했으면, 빈집이 어느 정도 있고 인근 주민들이 어떤 피해를 입고 있는지 파악하고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수십년이 넘도록 빈집 철거에 대한 시민들의 요구가 빗발쳐왔는데, 지자체에서 아무런 준비조차 돼 있지 않다는 게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포항시 관계자는 “조례가 만들어졌다고 빈집의 철거를 바로 진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빈집에 대한 자료를 수집한 후 실태를 파악하는데 1년 정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이시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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