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줄어 개교 28년만에 폐교
포항 용흥중 ‘마지막 졸업식’
졸업생·학부모 등 눈물바다

13일 오전 제28회 졸업생 배출을 끝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포항 용흥중학교의 마지막 졸업식에서 졸업생들이 아쉬움의 눈물을 흘리며 ‘이젠 안녕’이라는 노래를 부르고 있다. /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은 아니겠지요. 다시 만나기 위한 약속일 거야.”

졸업생들이 단상 위로 올라가 015B의 ‘이젠 안녕’이라는 노래를 합창했다.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는 참석자들 사이로 앉아있던 학부모 몇몇이 휴지로 눈물을 훔쳤다. 노래를 따라 부르던 학생들의 눈가도 같이 촉촉해졌다. 졸업식 마지막 순서가 돼 교사와 학생들이 마주보며 서로를 껴안자 행사 내내 감정을 꾹 참아왔던 졸업생들도, 학부모들도, 교사들도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다.

13일 오전 10시 포항용흥중학교 강당에서 제28회 졸업식이 열렸다. 1∼2학년 34명과 학부모 등 100여 명의 축하 속에 30명의 졸업생이 졸업장을 받았다.

조재형 교장은 회고사에서 “긴 겨울을 보내고 교정에 봄 소식이 찾아오는 시기가 찾아왔다. 졸업과 동시에 더 큰 꿈을 꾸고 더 큰 길을 나아가야 하는 만큼, 자신이 감독이자 주인공인 인생을 설계해주시길 바란다”며 “용흥중학교를 떠나서도 항상 건강하고 품격있는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여기 계신 모든 선생님들과 간절히 기원한다”고 말했다.

개근상과 특별상 등 각종 수상이 이어진 이후에는 졸업하는 3학년 선배들을 위한 1∼2학년 후배들의 깜찍한 졸업축하공연이 펼쳐졌다. 재기발랄한 재학생들이 형형색색의 가발을 쓰고 나타나자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졌다. 신나는 몸짓발짓 이후에는 3학년 졸업생들이 무대 앞으로 나와 후배들과 부모, 교사를 위해 준비한 노래를 불렀고, 일순간에 강당 안이 눈물바다가 됐다.

학무모 김모씨는 “노래를 듣는데 갑작스럽게 눈물이 나더라. 아무렇지 않은 척 했지만 학교가 없어진다고 생각하니 내 아이도 많이 슬펐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용흥중학교 동창회에서 직접 학교를 방문해 졸업생과 재학생들을 위해 특별한 선물을 전달했다.

포항용흥중학교 1회 졸업생 정훈재씨는 “아직 총동창회는 만들어지지 않았지만, 오늘 졸업한 후배들이 자라나 사회에 나왔을 때, 총동창회를 출범해 아이들을 품어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용흥중 학생들이 앞으로 올바르게 자라주길 기도한다”고 말했다. 교가 제창과 폐식사를 끝으로 졸업식이 끝났고,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이 마지막으로 교정을 둘러보며 추억을 함께했다.

지난 1988년 설립인가 이후 30년간 6천276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용흥중은 제28회 마지막 졸업생 배출을 끝으로 폐교된다. 재학생들은 인근 희망 학교로 전학한다. 도심 공동화로 인한 신입생 수 급감 탓에 지난해부터 용흥중은 폐교 수순을 밟아왔다. 오는 3월 1일자로 용흥중 부지는 리모델링 이후 경북도청 환동해지역본부 임시청사로 사용된다.

/이바름기자 bareum90@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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