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전령은 누가 뭐래도 매화(梅花)를 첫 번째로 꼽는다.

제주도 서귀포시 남원읍 휴애리에서는 벌써 매화축제가 시작됐다는 소식이 전해져 왔다. 남해나 거제, 창원 등 남부지방 곳곳에서도 매화꽃이 봉우리를 맺기 시작해 매화꽃은 올해도 어김없이 봄의 전령사로서 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매화는 장미과의 갈잎, 중간 키 정도의 나무다. 꽃을 강조할 때는 매화라고 부르며 열매를 강조할 때는 매실나무라고도 부르고 있다.

군자(君子)의 기품에 비유한 네 가지 꽃(사군자) 가운데 하나다. 매(梅) 난(蘭) 국(菊) 죽(竹)순으로 표현되어 매화는 사군자 중에도 으뜸이라 한다.

매화는 꽃이 피는 시기에 따라 이름도 갖가지다. 일찍 핀다하여 조매(早梅), 추운 날 핀다고 동매(冬梅), 눈 속에 핀다고 하여 설중매(雪中梅)라고도 부른다. 색깔에 따라 백매, 홍매 등으로 나뉜다. 중국에서는 음력 2월을 매화를 볼 수 있는 달이라 하여 매견월(梅見月)이라 특별하게 부른다고 한다.

매화는 서리와 눈을 두려워하지 않고 언 땅 위에서 고운 꽃을 피운다. 온갖 꽃들이 미처 피기도 전에 먼저 꽃을 피워야 하기에 그 기개가 가상하다 할만하다. 옛 선비들이 매화를 특별히 좋아한 이유도 이처럼 추운 날씨에도 굳은 기개로 피어나는 늠름함에 있다. 우리나라 근대 수필의 개척자라 할 수 있는 김진섭은 매화찬(梅花讚)이란 글에서 적설(積雪)과 찬 기운 속에 고요히 피는 매화에서 장엄하고 숭고한 기세를 느낀다고 표현했다. 그는 일반 꽃들과 대비되는 매화의 특성을 선구자적 모습으로 형상화하기도 했다.

매화가 핀다는 것은 이제 계절이 겨울에서 봄으로 바뀌어가고 있는 시점에 이르렀다는 말이다. 아무리 추워도 자연의 섭리 앞에는 그 누구도 불복을 논할 수는 없는 것이다.

봄에 들어선다는 입춘도 막 지났다. 매화꽃이 조금씩 봉우리를 피우면서 우리를 추위에 떨게 했던 겨울 한파도 곧 물러 설 것으로 보인다. 봄의 전령 매화꽃의 만개 소식과 더불어 겨우내 움츠려왔던 우리들의 가슴도 이제 활짝 기지개를 펴보자.

/우정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