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에 기묘한 철학자 디오게네스가 있습니다. 길바닥에 누워 일광욕을 하며 사색에 잠깁니다. 명성을 듣고 알렉산더 대왕이 찾아옵니다. “내가 지금 당신을 위해 해 줄 수 있는 일이 없을까? 당신이 원하는 거라면 나는 무엇이든 들어줄 수 있을 걸세.” 디오게네스는 대답합니다. “그렇습니까? 제발 폐하 몸을 좀 비켜 주셔서 그림자가 저를 덮지 않도록 해 주시겠습니까?” 알렉산더는 길을 떠나며 이렇게 고백합니다. “내가 알렉산더가 아니었다면 디오게네스가 되었을텐데…” 디오게네스와의 만남 이후 알렉산더는 자신의 마음을 정복한 땅보다 크게 넓힙니다.

참모들에게 묻습니다. “장병들이 더 용맹하게 싸울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고향에 남은 가족들이 생계 걱정을 하지 않도록 전쟁에 나가기 전에 조치해 주시면 됩니다.” 알렉산더 대왕은 국가의 토지와 재산을 병사들 가족에게 아낌없이 나누어 줍니다. 더 이상 나눌 재산이 없자 마지막에는 왕실의 재산마저 남김없이 나누어 줍니다. 그러자 한 장수가 묻습니다. “대왕 자신을 위해서는 무엇을 남기시렵니까?” 알렉산더는 크게 웃으며 말합니다. “세계가 다 내 재산이오.”

알렉산더는 죽은 후 자신의 손을 관 밖으로 내 놓아 보이게 하라는 독특한 유언을 남기지요. 어리둥절한 신하들에게 말합니다. “천하의 알렉산더도 죽을 때는 빈 손으로 떠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에드윈 마크햄은 노래합니다. 그는 원을 그려 / 나를 밖으로 밀어냈다. / 나에게 온갖 비난을 퍼 부으면서 / 그러나 나에게는 / 사랑과 극복할 수 있는 / 지혜가 있었다 / 나는 더 큰 원을 그려 /그를 안으로 초대했다.

마음의 원을 넓게 그리는 것이 지혜입니다. 삶의 정수를 제대로 마주하게 해 주는 지혜가, 내 얼어붙은 마음을 도끼처럼 내리칠 때 그 전율은 우리 원을 순식간에 넓혀줍니다. 내 원 지름이 10만㎞쯤 된다고 가정해 봅시다. 지금 우리를 원 밖으로 밀어내려 시시각각 다가오는 두려움, 소외, 비난, 멸시, 조롱, 무시 따위가 결코 우리를 원 밖으로 밀어낼 수 없습니다. 지상에 10만㎞ 원을 그려낼 만한 땅은 존재하지 않거든요. 내면의 원이 내가 정복한 영토입니다. 이 영토는 절로 넓어지지 않습니다. 이미 커다란 원을 가진 인류의 스승들을 만나 내 안이 환하게 밝아지는 경험을 해야 합니다. 그대와 제 마음의 원이 날마다 넓어져 지구를 품고 저 우주로 확장될 수 있기를 꿈꿉니다. /조신영 인문학365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