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컷 늑대와 암컷 스파니엘의 늑대개 교잡종(왼쪽), 암컷 늑대와 수컷 웨스트시베리안라이카의 늑대개 교잡종.
수컷 늑대와 암컷 스파니엘의 늑대개 교잡종(왼쪽), 암컷 늑대와 수컷 웨스트시베리안라이카의 늑대개 교잡종.

‘늑대로부터 가장 좋은 친구로’의 저자인 마크 데르(Mark Derr)는 어떻게 인간이 늑대를 가축화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그는 커다란 늑대 집단에서 고립된 소수의 일부 늑대가 인간에 의해서 키워지면서 개-늑대 개체군을 가지게 됐고, 이들은 서로 교배됐으며 그들이 번식할 때 유전적으로 특이한 개체들이 생겨났는데, 특이한 개체들은 개체군의 부분이 됐다고 설명한다.

즉 돌연변이가 작은 개체군에서 발생했는데, 사람이 원하지 않으면 번식시키지 않았고, 사람이 그 특이성을 원하면 계속 번식해서 다양성이 생겼다는 이야기다. 개의 특이성은 돌연변이에 의해서 처음 나타났고, 돌연변이에 의한 특이한 형태나 모양은 그것을 가진 개들을 서로 교배시킴으로써 하나의 뚜렷한 개 혈통 안으로 모여지게 됐다는 것이다.

언뜻 들으면 데르의 이야기가 합리적으로 들리지만, 2009년 바이오에세이(Bioessays)지에 게재됐던 한 획기적인 연구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연구자들은 인위적으로 여우가 길들여질 수 있는지를 시험해 보았다.

여우는 개 종류에 속하는 동물이다. 여우는 코요테와 교배된다는 것이 알려져 있다. 러시아의 여우 모피 농장을 이용한 실험은 약 50년동안 진행되었고, 많은 세대에 걸친 자료를 만들어냈다. 연구자들은 공격성이 가장 약한 여우들을 선택했고, 그들을 교배시켰다. 인간에 대한 복종 또는 유순함을 가질 수 있는지, 길들여질 수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 최초의 부모 세대로서 100마리의 암컷과 30마리의 수컷을 선택했다. 그리고 가장 온순하고 길들여진 상위 10%의 후손들을 다음 세대의 부모로 선택했고, 동일한 선택과 번식이 수십 세대동안 계속됐다. 이러한 철저한 선택의 결과로, 공격적이고 사람을 두려워 피하는 반응을 보이는 후손들은 실험 개체군으로부터 단지 2~3세대 만에 제거됐다. 단지 3세대면 가능했다. 그리고 단지 6번째 세대에서 여우 새끼들은 사람의 접촉을 열심히 구하고, 꼬리를 흔들며, 개가 하는 것처럼 보채고 낑낑대며 핥아댔다는 것이다. 그리고 놀랍게도, 길들여진 여우는 많은 가축화된 동물들에서 공유된 일련의 습성들을 빠르게 획득했다. 가축화된 동물들이 대부분 가지는 늘어진 귀, 말려진 꼬리, 얼룩이 있는 털가죽, 다양한 털 길이와 질감, 변화된 번식 시기, 현저히 다른 골격 크기와 비율 등을 길들여진 여우가 가지고 있었다.

가축화된 여우의 변화를 무작위적으로 발생한 돌연변이의 결과로서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연구자들은 결론내린다. 이 연구를 통해 볼때, 개는 단순한 선택적 교배에 의해서, 단지 3세대 만에 사람의 가장 친한 친구가 될 수 있었고 개에게서 나타나는 다양한 표현형의 출현은 오랜시간이 필요한 돌연변이의 축적결과라기 보다 단시간에 나타날 수 있는 유전자 조절 변화의 결과로 보는 것이 합리적 판단이다.

개과동물의 공통조상, 즉 개 종류의 동물은 늑대, 자칼, 코요테, 개 등과 같은 오늘날 우리가 볼 수 있는 여러 개과동물 ‘종’들로 단기간에 급격히 다양화됐을 것이다.

이동훈
이동훈

이들은 상호교잡과 인간에 의한 선택적 번식이 동시에 이뤄졌다. 오늘날 개과동물들이 서로 잡종번식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은, 그들이 같은 원래의 개 종류로부터 유래했다는 것을 말해준다. 늑대라는 종이 오랜시간 돌연변이의 축적으로 진화해 다른 종인 개가 된 것이 아니라 처음 존재했던 늑대와 개의 공통조상이 사람의 선택 여부에 의해 선택받아 가축화 되면 개로, 그렇지 않았다면 야생의 상태인 개과동물로 다양하게 분화된 것이다.

중동지역의 회색늑대는 현재의 소형견들과 유전자정보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고 지난 칼럼에서 이야기했다.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기 용이했던 작은개들은 사람과 함께 이동한 각 지역의 환경과 사람들의 선택에 따라 각기 특색 있게 다양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현재 개들은 자연선택과 인공선택을 통해 각 지역별로 특색있는, 사람의 가장 친한 친구가 된 것이다.

/서라벌대 반려동물연구소 부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