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정치권이 맞닥트린 설 민심은 매서웠다. 정당과 이념을 떠나 ‘경제를 살리라’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넘쳐났다. 정쟁을 접고 경제회복에 나서 달라는 꾸짖음에 정가 인사들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고 하는 것이 정직한 민심이다. 그러나 여야 정당들은 또다시 듣고 싶은 것만 듣고 와서 말하고 싶은 것만 주절대고 있다. 자기 입맛에 맞는 주제만을 앞세워 설 민심 전달마저 정략에 이용하는 정치권의 ‘민심 왜곡’이 구제 불능 수준이어서 걱정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6일 각기 다른 ‘설 민심’을 전했다. 더불어민주당은 특히 김경수 경남지사 구속에 대해 “비판여론이 굉장히 높았다, 제대로 된 재판인가 의문이 있었다”고 밝혔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설에 다녀보니 ‘못 살겠다, 문재인 대통령 임기가 언제까지냐’ 묻는 사람이 많았다, 이게 설 민심”이라고 꼬집었다. 민주당은 ‘설 민심’을 전달하는 기자간담회를 사법부 비판의 정치공세장으로 써먹었다.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은 1심에서 법정 구속된 김경수 경남지사 판결과 관련해 “재판에 비판 여론이 아주 높았다. 과연 ‘제대로 된 재판인가’ 하는 의문이 있었다”고 전했다. 김 지사 판결에 대한 대응책으로 이른바 ‘적폐 판사’를 탄핵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그 방안을 배제한 적은 없다”고 재확인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북핵외교안보특위’에서 “가게 하시는 분들은 적자나 안 났으면 좋겠다, IMF 때보다 더하다는 한숨이 깊다”고 전했다. 나 원내대표는 “여당과 청와대가 설 연휴 내내 ‘김경수 구하기’에 올인하는 모습을 보면서, 문재인 대통령 구하기로 생각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대구지역 정치인들의 목소리 또한 일성으로 ‘경제난’ 문제에 대한 민성(民聲)을 전했다. 김상훈(대구 서구) 의원은 “소상공인 상인들이 굉장히 어려워하면서 경제적으로 해법 찾아달라고 주문했다”고 말했고, 추경호(대구 달성군) 의원은 “잘못된 정책으로 경제가 너무 어려운데, 한국당이 제대로 견제하고 비판해야 한다 고 주문했다”고 소개했다. 정태옥(대구 북구갑) 의원은 “지역구 상가에 가보니 대부분 먹고살기 힘들다는, 욕에 가까운 소리가 오더라”고 전했다.

민생이 더 피폐해질 공간이 없을 만큼 말이 아니다. 민주당이 경제실패를 애써 외면하면서 드루킹 댓글 조작에 연루돼 구속된 김경수 지사 이슈를 바탕으로 면피 카드를 획책하는 것은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정치행태다. 자유한국당 역시 정치공세에 함몰돼 민생고 극복책을 마련하는 일에 소홀해서는 안 된다. 자공(子貢)이 정치의 요체에 대해 물었을 때 공자(孔子)가 첫 번째로 언급한 것이 “백성을 배불리 먹이는 것”이었음을 새록새록 상기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