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공장총량제 준수하라”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설날을 앞둔 지난 31일 비수도권 14곳의 시도지사와 국회의원들로 구성된 지역균형발전협의체는 수도권 공장총량제 준수를 촉구하는 공동성명서를 발표했다. 협의체는 성명을 통해 수도권과 지방이 골고루 잘사는 국가균형발전은 지금 우리사회가 직면한 각종 문제를 풀 수 있는 가장 좋은 해결책임을 강조하고 “수도권의 과도한 공장증설로 인한 지역 불균형, 지방경제침체를 막아 달라”고 호소했다.

이보다 앞서 12월 제주도에서 열린 전국시도지사협의회 총회에서도 수도권 공장총량제 준수를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건의했고, 지난달 22일 영호남 시도지사협의회에서도 영호남 단체장은 같은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SK하이닉스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의 구미 유치를 위한 경북지사의 강력한 의지가 담긴 결과물이기도 하지만 지방으로서는 매우 절실한 과제임을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지방의 산업공단은 기업유치가 안 돼 곳곳에서 부지를 놀리는 마당에 수도권 공장설치 규제법을 만들어 놓고도 특별물량이라는 이름으로 풀어준다면 규제법 설치의 의미는 사실상 무의미하다. 수도권 공장총량제는 수도권의 과밀화를 방지하고 국토의 균형발전을 위해 서울시, 인천시, 경기도 등 3개 시도에 대해 새로 지을 공장의 건축면적을 총량으로 설정하여 이를 초과하는 공장의 신축과 증축을 규제하는 제도를 말한다.

그러나 정부는 1994년 이 제도 설치 이후 국가경쟁력 확보라는 명분으로 수도권의 공장 규제를 임의적으로 많이 풀어왔다. 2006년 준공된 LG필립스의 파주LCD 공장이 이런 케이스다. 삼성전자의 고덕산업단지와 LG 진위산업단지도 특별물량을 배정받아 설립된 공장이다. 정부가 국가경쟁력이란 이름을 붙여 예외적으로 인정해 온 것이다. 올해부터 추진하는 SK하이닉스 특화클러스터도 같은 방법으로 수도권에 설립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현재로선 없다. 경북도 등 전국의 지방정부가 공장총량제 완화 반대에 나선 것도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정부 결정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수도권 공장총량제가 빛 좋은 개살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SK하이닉스 반도체 사업은 10년간 120조 원이 투자되고 협력업체 입주만 50군데가 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이미 구미시 등 우리 지역은 SK하이닉스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정부의 수도권 공장총량제가 특별물량 배정 등으로 원칙을 잃고 있을 동안 보이지 않게 많은 지방의 기업들이 살금살금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이제는 더 이상 지방이 물러설 곳은 없다. 이철우 지사는 “수도권 공장총량제 완화는 마치 산소호흡기로 연명하는 지방의 처지를 무시한 것과 같다”고 말했다. 지금 지방은 40%의 읍면동이 소멸위기 경고를 받고 있다. 수도권만으로 나라가 버틸 수 없다. 정부는 지방과 상생하는 수도권 공장총량제 준수로 지방의 숨통을 틔워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