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석 남

가장 낮은 자리에선

살얼음이 반짝인다

빈 논바닥에

마른 냇가에

개밥 그릇 아래

개 발자국 아래

왕관보다도

시보다도

살얼음이 반짝인다

높은 곳, 드러나 있는 곳에서 반짝이는 것보다 낮고 숨겨져있고, 보잘 것 없어 어떤 관심도 눈빛도 받지 못하는 것에서 반짝임을 찾아내어 그것이 참된 반짝임이라고 옹호하는 시인의 목소리를 듣는다. 그것이 우리네 인생살이에서도 발견된다. 낮고 보잘 것 없고 소외된 삶 속에서 겸허히 반짝이며 빛을 발하는 생이 우리 주변에는 있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