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주호영(대구 수성을·사진) 의원이 2·27 전당대회 당대표 출마자들의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선 전대 분위기가 무르익을수록 주 의원의 고민이 깊어질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잠룡들이 당대표에 도전할 가능성이 높은 데다 대구·경북(TK)를 하나로 묶어낼 동력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주 의원은 TK대표주자론을 언급하며 잠룡들과 맞서겠다는 각오이지만, 당내에선 “누가 따르겠느냐”는 회의적인 목소리가 더 많다.

지역정가에서는 TK지역 의원들이 주 의원을 적극 도와주기보다는 TK표심이 분산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 17일 한국당 곽대훈(대구 달서갑) 대구시당위원장의 주최로 한국당 소속 대구 의원들이 서울에서 오찬 회동을 하며 “친황교안만 있고 왜 친주호영은 없느냐”, “TK에서 당권을 잡으면 TK 현안 해결에도 힘을 받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TK지역의 유일한 당권 주자인 주 의원을 도울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참석한 대구의원들은 저마다 속내가 달랐다는 후문이다. 곽상도(대구 중·남) 의원은 황 전 총리와 개인적 인연이 두터운 데다 정치입문 선배로서 각종 조언을 해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추경호(대구 달성) 의원 역시 입당식에 참여하는 등 황 전 총리와 별도 모임을 할 정도로 가깝다. 여기에 TK 초·재선 의원들조차 황 전 총리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TK지역 한 관계자는 “TK지역에서 황 전 총리를 높게 평가하는 여론이 높다”며 “지역여론이 황 전 총리에게 쏠리다 보니 TK 초·재선 의원들도 황 전 총리에 깊은 관심을 보이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주 의원이 특정 계파로 분류되지 않는 만큼, 각 계파 거물급 인사들의 지원이 없는 것도 주 의원의 약점으로 꼽힌다. 실제로 주 의원은 김무성 전 대표 등 비박계와 홍준표 전 대표의 지지를 내심 바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 의원 측 관계자는 “김 전 대표와 홍 전 대표가 전대 불출마를 선언할 경우 주 의원을 밀어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홍 전 대표의 주변 세력들이 출마를 기정사실화할 뿐 홍 전 대표 본인은 출마 여부에 대한 고심이 여전히 깊다”며 불출마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 안팎에서는 홍 전 대표가 오는 25일과 26일 대구와 부산 등에서 자신의 유튜브 채널인 ‘TV홍카콜라’ 게릴라 방송을 하기로 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지금껏 한국당과 거리를 둬 온 홍 전 대표지만 이번 일정은 보수 텃밭 민심을 살피려는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이달 말 열리는 자신의 저서 ‘당랑의 꿈’ 출판기념회가 전당대회 출마 선언식이 될 거란 전망도 나온다. 김 전 대표의 경우 당내 지분을 가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지난 원내대표 경선에서 김학용 의원이 대패하면서 비박계가 분열돼, 사실상 별다른 영향력이 없다는 얘기도 있다. 이 때문에 주 의원이 구상하는 방안과는 정반대의 시나리오가 그려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주 의원은 책임당원 33만여명 중 TK책임당원 9만여명이라는 데 희망을 걸고 있다. 2·27 전대는 당원 선거인단 투표 70%, 일반국민 여론조사 30%로 대표를 선출하는 만큼 TK지역 책임당원이 절대적으로 지지해준다면 당대표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인지 주 의원은 TK표밭 다지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주 의원은 22일 경북 의성, 안동, 봉화, 영주 당협을 잇따라 방문한 데 이어 23일에는 김천, 상주, 문경, 예천 당협을 방문한다.

한편 주 의원은 이날 의성, 안동, 봉화, 영주 당협을 잇따라 방문한 자리에서 “이번 당대표에게는 두 가지 큰 사명이 있는데 보수통합과 총선승리”라며 “대권주자가 당 대표가 되면 보수통합은 고사하고 당이 더 분열되고 깨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총선승리를 위해서는 공정한 공천관리가 필수적인데, 누구나 말로는 공정한 공천관리를 하겠다 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하기는 어렵다”면서 “주호영은 지난 총선에서 잘못된 공천의 최대 피해자였기에 누구보다 공정하게 공천관리를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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