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감염목 수 크게 줄었지만
반출금지구역 면적은 더 늘어
2017년 55만ha서 올핸 77만ha
매년 예산부족 걸림돌 상황서
예찰·방제·관리비 더 들 수도
道 252억 본예산도 3월 ‘바닥’

포항시 북구 기북면 성법리 비학산 자락. 기존 소나무재선충병 감염지와 어느 정도 거리가 있는 이곳에서 최근 재선충병 감염목 한 그루가 발견됐다. 단 한 그루인데다가 경사지에 위치하고 있어 장비나 인력의 접근이 어렵지만 내버려둘 수는 없는 상황. 일단 포항시는 고사목 직경 2㎞ 이내를 소나무 반출금지구역으로 지정하고, 향후 고사목 제거가 완료되면 20m 이내 구역에 예방나무주사와 소구역 모두베기 등의 조치를 취해 확산을 막을 예정이다. 이 구역은 주기적인 예찰 활동을 통해 재선충병 확산 여부를 감시, 완전히 안전하다고 판단될 때까지 계속 관리된다. 방제가 끝은 아니다.

감염 소나무는 줄지만 면적은 오히려 늘고 있다. ‘소나무 에이즈’로 불리는 소나무재선충병 얘기다. 소나무재선충병 감염으로 인한 경북 내 소나무 반출금지구역이 갈수록 늘어나며 업무가 가중되고 있어 중앙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거세다.

각 지방자치단체 실무자를 비롯한 재선충병 방제 전문가들은 “소나무재선충병은 방제·예방 조치가 장기적인 계획을 통해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조금만 방심해도 지금까지의 노력은 모두 물거품이 될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지난 사례를 보면 이런 우려가 단순한 걱정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산림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난 2005년 소나무재선충병의 발생 면적은 7천811㏊을 기록했다. 그 해 발생한 4대 병해충(소나무재선충, 솔잎혹파리, 솔껍질깍지벌레, 참나무시들음병) 및 주요 산림병해충의 총 발생면적 31만5천607㏊ 중 2.4%에 불과했다. 이후 전체적인 산림병해충은 꾸준히 줄어들었고 소나무재선충병도 점차 감소추세에 들어가 2010년에는 3천547㏊에만 발생, 박멸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 섞인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피해가 줄어들었다고 방심했던 결과는 참담했다. 소나무재선충병은 이듬해인 2011년과 2012년 5천㏊ 수준으로 늘어났다가 2013년에는 1만1천550㏊, 2014년에도 9천644㏊라는 폭발적인 확산세를 보이며 발생면적이 늘어나 학계 일부에서는 소나무가 멸종위기에 처했다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기까지 했다.

경북도 역시 2001년 7월 구미시 오태동에서 처음 발생한 이래, 소나무 재선충병은 경주와 포항을 중심으로 극심한 피해를 주며 걷잡을 수 없이 퍼져 나갔다. 이후 2015년에는 14개 시·군으로 피해가 확산됐고, 2019년 1월 현재는 청송, 울진, 울릉 3곳만이 재선충병에서 벗어나 청정 지역으로 남아 있다.

물론 ‘고사목 수’로만 본다면 상황이 비관적이지 않다.

2017년 31만1천972그루였던 경북도 재선충병 피해는 2018년에는 19만3천480그루로 줄어들었고, 올해도 실시설계 결과 1월 11일 기준으로 9만7천672그루가 감염된 것으로 파악돼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각 지자체와 산림청 등에서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결과로 풀이된다.

여기에는 여전히 예산이라는 넘어야 할 산이 있다. 해마다 예산 부족이 가장 큰 문제로 드러났고 올해 역시 이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이 일선 기관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경북도에 따르면 재선충병 방제와 관련해 도에 배정된 올해 본예산은 252억원으로, 이는 오는 3월까지의 방제만 가능하고 하반기 설계와 예방 등의 작업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수준이다. 지난해에도 본예산은 259억원으로 비슷했으나, 추경을 통해 총 359억원까지 방제 예산을 늘리기도 했다.

올해도 추경 등을 통해 예산이 늘어날 가능성은 있으나, 일단은 전체적인 피해 고사목 수가 지난해보다 줄어들어 증가 폭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일선 지자체에서는 “고사목 수가 아닌 면적으로 보면 지난해보다 더욱 많은 비용이 소요될 수도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경북의 소나무재선충병 반출금지구역 지정 현황을 보면 2017년에는 1월 기준 55만5천6㏊(경북 전체 면적의 약 29%)였으나 2018년 1월에는 71만2천882㏊(경북 전체 면적의 약 37%)로 늘어났다. 2019년 1월 현재 77만8천334㏊(경북 전체 면적의 약 41%)로 더욱 늘어났다.

피해 고사목 수가 줄어들었다고 해서 소나무재선충을 진압해가고 있다는 것과는 동떨어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예방조치 등의 관리에 오히려 노력이 더 필요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준혁기자 jhjeo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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