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러시아 월드컵에 참가한 아이슬란드 국가 대표선수 중에는 기이하게 투잡족이 많아 화제를 모은 적이 있다. 아르헨티나와의 대전에서 메시 선수를 집중 마크했던 선수는 소금 포장공장에서 일하는 투잡맨이었다. 아이슬란드의 축구 감독도 치과의사 출신이었고, 골키퍼는 영화감독 출신으로 알려졌다. 우리 눈에는 동네선수 선발에서나 볼 수 있는 대표팀 구성이지만 인구 35만 명의 작은 국가에서는 있을 법한 이야기라는 게 해설자의 설명이었다.

투잡(two job)을 우리는 겸업이라 표현하나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한다면 본업 이외 부업을 하는 사람을 뜻한다. 평생직장 개념이 강했던 우리나라에서는 투잡이 많지 않다. 비교적 자유로운 직종이었던 연예인들 사이에서는 아직도 투잡이 유행한다고 한다. 2년 전 한 여론조사에서 우리나라 직장인 가운데 투잡을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조사해 봤더니 10명 중 1명꼴로 나타났다고 한다. 투잡을 하는 이유로 절반 이상이 월급이 적어서라고 했다.

투잡은 본업 말고도 또다른 업에서 일을 해야하므로 몸이 고달픈 것은 당연한 일이다. 주경야경(晝耕夜耕)의 일상생활을 반복하는 인생이다. 낮에는 직장, 밤에는 대리운전이나 편의점 알바 등이 그런 경우다.

최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도 투잡을 희망하는 사람이 크게 늘어났다고 한다. 지난해 경우 1주일에 취업시간이 36시간 미만이면서 추가 취업을 희망하는 사람이 62만9천 명으로 집계됐다. 전년보다 10%가 늘었다. 투잡 희망자 통계 작성 후 최대치라 한다.

아이슬란드처럼 인구가 적은 미니 국가에서는 일손이 부족해 투잡을 한다고 하지만 우리의 투잡 현상은 모두가 생계형이라는 점에서 반갑지 않은 일이다. 나라에서 저소득층을 위한 소득주도 정책을 추진함에도 현장에서는 빈익빈(貧益貧)의 사회구조가 더 심화 되는듯해 우울하다. 요즘 주 52시간 근무제로 자영업자들 사이에 알바 일자리 쪼개기가 성행하고 있다고 한다. 인건비 부담으로 자영업자의 나름의 생존법이 만들어 낸 결과라고 하나 세상이 더 각박해지는 것같아 기분이 좋지 않다. 투잡도 지금 우리시대의 자화상일까?

/우정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