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끝난 자유한국당의 조직위원장 공개오디션은 일단 그 방식에서 신선한 이미지를 던졌다. 전·현직 의원들이 무더기로 탈락하고 일부 신예들이 등장한 것도 괜찮은 성과다. 그러나 한국당의 환골탈태는 형식을 넘어서 내용으로까지 속속들이 이행돼야 한다. 정확하게는 보수정당의 이념좌표 재정립과 정치행태의 확실한 진화가 입증돼야 한다. 수질이 엉망인데 붕어만 갈면 뭐하나. 정치풍토를 바꿀 획기적인 내용혁신들이 수반돼야 한다.

한국당의 공개오디션은 일단 관심을 끌만했다. 15곳의 지원자 36명 가운데 전·현직 의원은 8명이었지만, 최종 선발된 이는 조해진(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류성걸(대구 동갑) 전 의원 등 2명뿐이었다. 3선 의원 출신의 권영세(서울 용산구) 전 주중대사, 비례대표 의원이자 원내대변인인 김순례(경기 성남 분당을) 의원 등은 탈락했다. 경북 고령·성주·칠곡에서는 경북 성주군수를 지낸 김항곤(68)씨가 19대 국회의원을 지낸 홍지만 전 의원과 이영식 대경경제성장포럼 대표를 물리치고 조직위원장이 됐다.

이번 오디션에서는 여성과 청년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서울 강남을, 서울 송파병, 부산 사하갑 등 9곳에서 여성 또는 정치신인이라고 할 수 있는 30·40대가 오디션을 통과, 조직위원장에 선정됐다. 성남 분당을에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강남구협의회 청년위원장을 지낸 40대 초반의 김민수(41)씨가 김순례 의원을 꺾는 이변을 연출했다. 강원 원주을 공개오디션에서는 IT 벤처기업인 (주)스쿱미디어 부사장 김대현(42)씨가 산업통상자원부에 몸담았다가 19대 국회의원을 지낸 이강후(66) 전 의원을 가볍게 누르고 조직위원장에 선발됐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만족감을 드러냈다. 김 위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한국당 조직위원장 공개오디션과 관련해 “정말 흥미진진했다.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와 놀라기도 했다”며 “한국당이 이제 다시 살아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는 소회를 밝혔다.

정당 역사상 최초로 실시한 자유한국당의 조직위원장 공개오디션 결과에는 극적인 변화를 바라는 당원들과 국민의 원망(願望)이 가득 담겨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보여주기식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고작 1시간 안에 토론과 현안 질의 등 복합적인 평가가 이뤄지다 보니, 심도있는 검증보다 이미지가 당락을 좌우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자유한국당이 ‘거듭나기’ 위해서는 아직 가야 할 길이 까마득하다는 현실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도 ‘수구꼴통·부자 편들기 정당’의 이미지를 완전히 벗어나는 일에 매진해야 한다. 시대정신을 충실히 반영한 대안 정당으로서 혁신해야 할 일이 태산이다. 성공한 작은 ‘쇼’에 취할 때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