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븐(Burbn)은 현재 위치를 친구들과 공유할 수 있는 체크인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돋보이는 가치를 만들기 어렵자 이미 쏟은 노력을 포기하고 회사 방향을 사진 공유 서비스로 살짝 틉니다. 창업자 케빈이 학생시절 대용량 사진을 업로드하는 앱을 만들어본 경험이 있었거든요. 버븐은 마침내 간단하게 사진을 공유할 수 있는 앱 개발에 성공합니다.

스타트업과 투자자들이 만나는 파티 자리에서 케빈은 베이스라인 벤처스라는 투자회사의 스티브 앤더슨에게 우연히 앱을 보여줍니다. 스티브는 그 자리에서 3억원을 투자하지요. 이후 10개월, 케빈과 유일한 직원 마이크는 미친듯이 일합니다. 버븐의 기능을 더 많게 하고 좋게 하고 화려하게 꾸민 것이 아닙니다. 정반대의 일을 했지요. 어떻게 하면 더 단순하게 만들 수 있을까? 두 사람은 10개월 동안 오직 이 목표 하나에 전념합니다. 2010년 10월 6일. 이들은 정들었던 버븐이라는 이름을 포기하고 이 앱에 새로운 이름을 붙여 애플 앱스토어에 올립니다. 새로운 역사를 쓰는 순간이었지요. 인스타그램의 탄생입니다.

1년 반이 흐른 후 케빈은 전화 한 통화를 받습니다. “인스타그램을 나에게 팔 용의가 없으신가요?” 페이스북 주커버그입니다. 10억 달러를 제시하지요. 48시간 만에 협상은 결실을 맺습니다. 당시 인스타그램의 직원이 몇 명인지 아십니까? 단 12명. 매출은 제로였습니다.

에어비앤비는 객실 한 칸도 없지만 힐튼, 하이얏트 등 최고의 호텔 체인들을 모두 앞지르고 숙박업계의 판도를 완전히 바꾸었습니다. 우버는 차 한 대도 갖고 있지 않지만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운송사업체로 승승장구합니다. 유튜브 역시 방송용 카메라 한 대, 프로듀서 한 명 없지만 세계 최고의 방송사들을 쉽게 따돌렸지요. 알리바바는 물건을 단 점 생산하지 않고 세계 최고의 유통 회사로 우뚝 섭니다.

파이프라인의 시대는 저물고 플랫폼의 시대가 열렸습니다. 강하고 크고 넓고 많은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부드럽고 작고, 정확하고 효율적인 것이 최고의 가치로 인정받는 시대가 성큼 다가온 겁니다. 유연한 사고방식이 가장 중요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나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를 둘러보며 이제 어디로 갈 것인지를 생각해 보는 새벽입니다. 그대가 만들고 있는 플랫폼에서 세상 사람들이 함께 가치를 나누고 즐거워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응원합니다.

/조신영 생각학교ASK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