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한동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지난 26일 북한 개성 판문점역에서 남북 철도 연결 기공식이 열렸다. 남측에서는 조명균 통일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북쪽에서 리선권 조평통위원장, 김윤혁 철도성 부상이 참석했다. 남북이 분단되고 철길마저 끊어진지 어언 70여 년. 남북의 철길은 언제쯤 이어질 것인가. 눈 덮인 북녘 산하를 거쳐 만주를 지나 시베리아 벌판을 달리고 싶은 철마의 꿈은 이뤄질 것인가. 판문점역에 등장한 평양과 서울을 향하는 이정표가 우리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조국의 분단으로 섬나라가 되어 버린 우리도 대륙 횡단의 꿈은 실현될 것인가.

남북의 철도와 도로의 연결은 우리 경제에 상당한 이점을 줄 수 있다. 29일 우리 대한민국의 수출 실적이 단군 이래 처음으로 6천억달러를 넘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기업의 1억달러 수출 탑을 받던 시절이 오래되지 않았는데 우리는 벌써 세계 6위의 무역 강국이 됐다. 그러나 분단의 비극은 우리를 섬나라로 만들어 버렸다. 유럽 여행이나 물건의 수출은 배나 비행기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우리의 수출품이 육로를 통해 유럽으로 이동하면 시간은 반으로 줄고, 비용은 반으로 절감된다는 보고서가 있다. 우리는 북방 개척을 통해 다시 한 번 우리 경제의 추동력을 살려야 한다. 남북의 철길 개통은 정부의 신경제 구상의 출발이다.

북한 김정은 정권도 남북 철도에는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 북한 방문길에 필자가 본 북한의 도로 사정은 형편이 없었고, 관개 시설도 우리의 60년대 수준이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도 남북 정상회담 시 스스로 북한의 도로 사정이 형편없음을 인정했다. 평양만 벗어나면 산은 민둥산이 많아 아직도 목탄차가 다니고 소달구지를 이용하는 주민들이 많다. 그러나 북한의 경제적 여건은 사회 기반 시설에 투자할 상황이 아니다. 그들은 낙후된 철도와 도로 건설을 위해 남한의 ‘통 큰 투자’와 기술을 원하고 있다. 그렇지만 북한은 남한과 서방의 적극적인 투자를 유치하기는 어려운 처지이다. 그들은 부러울 것이 없다고 자랑하던 ‘주체 경제’의 추락상을 보여주기 싫고, 그들의 취약한 고리를 보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이 북한이 처한 심각한 딜레마다.

이처럼 남북의 철도와 도로 연결 사업은 남북 양측에 상생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이행에는 현실적 제약이 너무 많다. 북한에 대한 미국과 유엔의 대북 제재는 사업의 가장 큰 현실적 억지 요인이다. 이번 기공식도 미국과 협의하고 유엔 안보리의 허락을 얻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유라시아 철로 진출의 길목에 위치한 중국과 러시아의 협력를 구해야 한다. 이들을 잘 설득해야만 철도 연결을 순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 이번 판문점 기공식에 중국, 러시아, 몽골의 대표를 초청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또 하나의 제약은 남한의 대북 투자에 대한 거부감과 부정적 여론이다. 그것은 북한이 자초한 측면도 있다. 북한에 대한 강한 불신을 가진 여론이 이 사업마저 다시 ‘퍼주기’ 사업으로 폄하할 것이다.

이러한 내외의 제약을 동시에 제거하기는 무척 힘들다. 이러한 제약을 극복하기 위한 1차적 과제는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에 전격 합의하는 일이다. 새해에는 이러한 소망이 이뤄지길 간절히 바란다. 그리하여 남북 철도와 도로 연결은 대북투자라는 입장에서 추진되길 바란다. 우리의 철마는 눈 덮인 대륙을 횡단하길 바란다. 베를린을 거쳐 마드리드와 런던까지 달리길 바란다. 그것이야 말로 탈냉전 시대의 동북아의 평화를 보장하는 길이며 남북이 ‘사실상의 통일’로 나아가는 단초이다. 새해에는 섬나라 사람처럼 위축된 우리의 마음부터 활짝 펴지길 바란다. 우리는 북방 진출을 통해 민족의 원대한 꿈을 다시 펼쳐야 한다. 그 길목에서 우리는 같은 혈맥인 중국의 조선족과 러시아의 고려인을 보듬어야 한다. 그것이 한민족의 자존심을 살리는 길이며, ‘동방의 꺼지지 않는 등불’이 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