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창 룡
순간,
나는 플라타너스가 엄청난 저항 세력인 것을 깨달았다
한미 FTA 반대집회가 한창일 때였다
경찰의 곤봉이 햇살에 반짝이자
은행잎은 노란 색깔로 몸을 바꾸었지만
플라타너스 이파리는 바닥을 구를지언정
끝내 색깔을 바꾸지 않았다
피부는 온통 버짐투성이
개미들이 피부 속으로 기어들어올 때에도
플라타너스는 꼰대발 서서
빌딩의 키를 이기는 데만 골몰했다
시인은 플라타너스가 잎새의 색깔을 바꾸지 않는다는 것에 주목하며 그것을 저항의 표상으로 읽어내고 있다. 변절과 전향이 다반사로 일어나는 우리 시대에 실종되어버린 올곧은 정신, 변함없이 자신을 지키는 강단진 생의 자세의 회복을 염원하는 시인정신을 본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