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버스노선 개편 사업 예산
30% 삭감해 계획 축소 불가피
노선 줄고 증차계획 등 차질에
자칫 하나마나 ‘반쪽개선’ 우려
적정 예산 산정했다 주장에도
서민 편익 외면했다 비난 일어

포항시의회 심의과정에서 시내버스 노선 개편 관련 예산이 대폭 삭감돼 전면 개편을 추진했던 계획이 반쪽짜리 개편으로 전락할 위기에 놓여 있다. 사진은 27일 오후 포항 북구 중앙동에서 운행 중인 시내버스. /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새해에 단행될 예정인 포항시 버스노선 전면 개편이 반쪽짜리 개편으로 전락할 것이란 우려를 낳고 있다. 시 의회 심의과정에서 관련 예산이 대폭 삭감되었기 때문이다.

27일 포항시 등에 따르면 내년 7월 시행을 목표로 추진중인 버스노선개편 관련 예산이 포항시의회 예결특위 심의를 거치면서 크게 줄어들었다. 시가 143억여원을 편성해 시의회 심의에 넘겼으나 28.7%인 41억원이 삭감된채 확정됐다. 이를 두고 시민들은 “대중교통정책 정책의 후퇴라는 측면에서 시 의회가 근시안적인 심의를 했다”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포항시 관계자는 “버스관련 예산이 크게 깎이면서 노선 조정과 버스 증차, 서비스 제고 등에도 일부 변화가 불가피해졌다”고 말했다. 서비스의 질이 당초 목표보다 떨어질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시는 고육책으로 우선 포항공항으로 향하던 노선 1개를 없애기로 했다. 시는 예산이 줄어들자 손실보전액 부담이 큰 지선 가운데 수요 등을 토대로 이같은 변경을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지역 환승센터에서 마을단위로 가는 버스를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는 농촌 주민들의 교통불편도 계속된다. 지선 버스는 전체 비용 중 70% 가량을 시가 부담하고 있는 실정이다.

가장 큰 변화를 받는 부문은 버스 증차다. 원래는 87대의 버스 운행을 늘리기로 했지만 70대에 멈췄다. 운행버스가 줄어들면서 시민들의 버스 대기시간도 자연히 늘게 됐다. 시는 당초 버스 대기시간(운행간격)을 10분 정도로 예상했지만 버스 운행 댓수를 줄이면 대기시간이 평균 15분 이상으로 벌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수요응답형(DRT) 서비스도 축소됐다. 시는 39대의 차량을 동원해 교통이 불편한 읍·면·동 지역의 주민들의 이용환경을 개선하려했지만 이마저도 32대로 감소됐다.

시는 삭감된 예산에 따른 계획 변경 이후로 내년 1월에 버스노선개편 추진단 사무실 확보, 버스 승강장 신규 설치, 환승센터 착공, 주민대상 노선확정 보고회 등을 가질 방침이다.

포항시 관계자는 “예결특위 당일까지 시의회에 예산을 기존대로 편성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결국 삭감됐다”며 “이에 따라 노선개편 계획 변경이 불가피하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예산을 삭감한 포항시의회 측은 “적정 예산을 책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의회는 “기존 예산대로라면 매년 손실금이 200억원 이상 투입되며 공급을 늘린다고 수요가 늘지 않는다”는 입장을 시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재원 포항시의회 의장은 “아무리 버스가 대중교통이라는 공공성이 있지만 이번 버스증차는 너무 많지 않냐는 게 시의회의 공통된 생각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서 의장은 “버스가 늘어나 대기시간이 줄어드는 빠른 운행도 중요하지만 예산 부담도 있다”며 “시 재정 규모와 시민들의 버스노선개편 공감 정도에 따라 결정한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포항시의 버스수송분담률이 13.75%인 것은 비슷한 도시인 구미의 20.9%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치라는 점에서 시의회의 예산 삭감은 주먹구구식 갑질에 다름아니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포항시 인구가 정체상태를 넘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서민의 발’인 대중교통수단을 활성화해야 할 시의회가 오히려 예산을 삭감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의견이 많다.

한 시민은 “1조원 이상의 예산을 편성한 포항시가 대중교통 분야 200억원이라는 숫자에 집착해 대중교통수단 활성화를 외면한 것은 서민을 외면한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시의원들이 자가용인 아닌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해 포항이 자랑하는 관광지 등을 둘러보는 대중교통 체험을 해봤다면 이런 몰상식한 예산심의는 하지 않았을 것”이란 원색적인 비난도 가세하고 있다. 예산심의가 예산을 깎는 것이라고 오해한 데서 빚어진 것이라는 소리도 나온다.

포항시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휴식처인 경북수목원의 경우 청하~수목원 입구간 하루 버스 운행횟수가 5회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새벽 첫차 등을 빼면 사실상 하루 운행횟수는 2~3회로 줄어드는 셈이다. 버스가 운행하면 서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을 택시로 간다면 2만~3만원의 편도요금을 지불해야 할 판이다.

자가용 없이는 사실상 이용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대중교통 인프라 확보를 외면한 채 외부 관광객을 유치하고 지역경제를 살리겠다는 구호만 외치고 있는 꼴이다.

포항시와 비슷한 규모의 일본 나가사키(長崎)시의 경우 트램노선만 4개에 이르는 등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해 관광지와 온천 등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을 정도다.

한편, 포항시 버스노선개편은 기존 노선의 변화 및 새로운 노선도 추가될 계획이다.

향후 착공될 환승센터와 연결되는 북부·남부순환노선 4개는 물론이고 죽도시장에 집중된 노선 일부를 급행노선으로 분리해 어시장 쪽으로 분산할 계획이다.

양덕과 흥해 노선 2개도 추가되며 유강에서 포스코와 문덕을 향하는 노선 1개도 추가된다. 

또 기계에서 출발하는 지선이 안강을 경유하지 않고 시내로 바로 들어오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기존 109개 노선이 120개 노선으로 늘어날 것으로 시는 보고 있다.

/황영우기자 hyw@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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