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형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거투르드 스타인이라는 시인의 해답이라는 시가 있습니다. ‘해답은 없다/앞으로도 해답이 없을 것이고/지금까지도 없었다/이것이 인생의 유일한 해답이다’ 저는 왜 퇴임을 앞두고 이 시를 알게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제가 하는 일이 해답이라고만 생각하고 일을 해 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상처를 받으셨을 민원인들의 마음을 이제야 헤아리게 되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너그러운 용서를 구합니다. 그리고 저는 오늘 해답을 찾았습니다. 그 해답은 바로 그동안 저에게 보내주신 청하면민, 포항시민들의 사랑입니다. 그 사랑이 있었기에 저는 오늘 이 자리가 있다는 것을 압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31년의 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정년퇴임을 하는 지인의 퇴임사 일부이다. 마치 고해성사(告解聖事)같은 퇴임사는 필자의 오류를 지적해주는 것 같았다. 정말 필자 또한 필자의 생각과 행동만이 해답이라고 생각하며 지금까지 살았다.

어쩌면 지인의 퇴임사를 읽지 않았다면 필자는 더 큰 아집(我執)과 고집, 독선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채 살았을 지도 모른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은 특히 정치하는 사람들은 자기만 옳다고 생각하는 “자기 해답의 오류”에 빠져 살고 있다. 그 오류는 마약보다 중독성이 더 강하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들리지 않는 것은 물론이며, 자신들의 오류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산다는 것은 어쩌면 답을 찾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찾는 답은 무엇일까? 돈, 명예, 권력, 성공, 사랑, 행복? 세상 사람들 중에서 답을 찾은 사람은 얼마나 될까. 사실 필자도 답을 찾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늘 바쁘기만 하다. 그래서 많은 것을 놓치고 살고 있다. 이런 필자의 모습을 보고 누군가는 말했다, 실속 없이 바쁘기만 하다고. 그리고 필자한테 진지하게 물었다, 문제가 무엇이냐고. 필자는 이 말을 듣고 심장이 멎는 듯 했다. 왜냐하면 답을 찾는다는 사람이 문제를 잊고 있었기 때문이다.

‘파인만 알고리즘’이라는 것이 있다. 누구는 이 알고리즘을 두고 아무리 어려운 문제도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최강의 알고리즘이라고 말한다. 파인만 알고리즘은 다음과 같이 세 단계로 나눠져 있다. ‘문제를 쓴다, 매우 깊게 생각한다, 답을 쓴다.’ 이 알고리즘을 보면서 필자는 그동안 놓친 앞 두 단계를 떠올렸다. 필자는 답을 찾으려고만 했지 가장 기본인 문제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니 필자가 하는 일들은 많은 것이 비효율적이었고, 때로는 억지가 가득했다. 필자는 그것도 모르고 주변 사람들과 상황 탓만 했다.

이제야 필자는 어느 학생이 필자에게 진지하게 해준 말을 이해했다. “교감 선생님은 왜 맨날 화만 나 있으세요?” 필자도 오늘 이 자리를 빌려 필자의 잘못된 생각과 행동으로 상처를 받았을 학생과 학부모님, 그리고 간절한 마음으로 학교로 전화를 주셨을 많은 예비 학부모님께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 “죄송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지금 이 나라 정치, 교육, 경제, 사회 등 시끄럽지 않은 분야가 없다.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저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혼란은 더 가중되고 있다. 그 이유는 바로 문제에 대한 깊은 정확한 분석 없이 청와대나 상부권력에서 정해 놓은 답을 무리하게 문제 상황에 끼워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더 이상의 혼돈을 막기 위해서는 모든 정치적인 독선과 독단을 내려놓고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를 분야별로 한 번 더 정확히 정리해야 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기존의 태도로는 절대 안 된다는 것이다. 위정자(爲政者)들에게 필자는 위의 퇴임사 전문을 꼭 읽어보기를 강력히 권한다. 그리고 퇴임사의 주인공인 박제중 청하면장께 감사의 인사드린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고생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