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홍한국은행 포항본부 기획조사팀장
김진홍 한국은행 포항본부 기획조사팀장

2019년 새해에는 포항시 전역에서 연중 기념행사가 이어질 것같다. 그것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예술, 종교, 교육 등 전 분야에 걸쳐서 말이다. 기념할 일이야 매년 생일처럼 돌아오지만 그것이 10년 단위로 주기를 맞이하면 더욱 깊은 의미로 다가오기 마련이다. 우선 포항시 자체가 ‘시(市)’ 승격 70주년을 맞이한다. 하지만 이외에도 10년 단위의 주기를 맞이하는 분야는 무척 많다.

먼저 포항에 본사를 두고 있는 기업 가운데 시그노드코리아(주), (주)신창산업, (주)린도, (주)동아레미콘, 동대건설(주), 석전건설(주) 등은 창사 20주년을, 동주산업(주), (주)광우, (주)포스코플랜텍, 동양종합건설(주)은 30주년을 맞이한다. (주)TCC동양은 환갑이다. 금융계에서는 지방은행 최초로 대구은행이 포항에 진출하고 농협공판장이 개설된 지 50주년, 주택(현 KB국민), 한국상업(현 우리), 외환(현 KEB하나)은행 포항지점들도 40주년이다. 문화예술계에도 40주년이 되는 것에는 한국문인협회 포항지부 발족, 효자아트홀 준공, 포항시민상 제정 등이 있다. 교육도시 포항은 우연이 아니다. 신광·송라초등학교는 90주년, 포항 최초의 중등교육기관이자 동해지역 최초 여성중등교육기관인 포항 여중고는 80주년이며, 효자·월포·양포초등학교는 70주년, 대동·대보중학교와 포항제철공고는 50주년이 된다. 역사문화유적 분야도 뜻깊은 한 해가 될 것같다. 특히 3.1절 청하장터 만세사건은 포항구항 항만 축조와 나란히 100주년을 맞이한다. 더욱 시계를 되돌리면 많은 관광객이 찾는 보경사 서운암의 시도유형문화재 제367호인 후불탱화와 신중탱화는 그려진지 140주년이 된다. 장기읍성은 석성으로 개축된 것이 세종 21년이므로 580주년을 맞이한다. 그보다 포항의 소중한 역사문화유산인 국보264호인 영일 냉수리 신라비와 유형문화재 제249호인 청동기시대의 칠포리 암각화는 발견된 지 30주년을 맞이하게 된다.

포항시가 시 승격 당시 인구 5만 명에서 지금은 50만 명이 넘는 대도시로 발전하기까지는 우리나라의 고도성장단계에서 ‘산업의 쌀’인 철강소재를 독점적으로 공급하면서 함께 성장한 포스코 50년의 역사와 무관하지는 않다. 하지만 포항시가 그동안 성장하며 발전해오게 된 가장 근본적인 배경에는 포항인의 잠재력 때문이라 생각한다. 삼국유사에 나오는 연오랑 세오녀를 이천년 가까이 일월신제로 모셔온 끈끈함이, 조선시대 포항창을 통해 함북지역과 전라지역에 긍휼미를 공급해주었던 자비심과 책임감이, 한국전쟁 당시 학도의용군으로 참전하여 형산강, 안강, 기계전투에서 승리하여 지역을 지켜낸 애국심과 강인함이 지금의 포항을 일구어낸 정체성이라 생각한다.

포항시는 시 승격 10년 주기마다 포항시의 역사, 문화, 예술 등 전 부문에 걸친 귀중한 ‘포항시사’를 편찬 발간하여 왔다. 하지만 조금 더 욕심을 부려 내년부터는 여기에 더해 포항 전역에 산재한 고대에서 근현대에 이르는 ‘포항학’ 연구에 기초가 될 사료들을 전 방위적으로 수집하였으면 한다. 산재된 문화재 원본을 물리적으로 모으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으므로 당연 사본자료나 복제물의 형태라도 지역민 모두가 동참하여 귀중한 기록, 사진, 문헌 등을 공유하며 모았으면 한다. 역사문화예술만큼 지역 정체성을 확립하고 지역민이 동참하며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지기 쉬운 자원은 없다. 특히 박물관, 미술관 등의 경제파급효과는 매우 크다. 스페인 빌바오의 구겐하임미술관이 좋은 사례다. 시 승격 70주년을 맞이하는 새해에는 포항학 연구의 총본산이 될 ‘포항역사문화박물관(가칭)’의 건립추진을 제안한다. 이왕이면 지역산 티타늄 소재를 이용한 멋진 외형으로 철강도시의 정체성은 물론 부식되지 않고 영원히 빛나는 도시 포항의 상징물이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