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준포스텍정보연구소 부교수
김경준포스텍정보연구소 부교수

벌써 올 한해도 다 끝나고 있고 겨울의 차가운 바람이 옷속을 파고든다. 마음이 다급해졌다. 올해 초 어머니께 제주도 여행을 가자고 말씀을 드렸다. 연세도 많이 드셨고 시간이 가면 함께 여행을 갈 수 있는 기회가 더 없어질 것만같은 생각이 든다. 봄 여행이 가을로 미뤄졌고 가을 여행은 겨울이고 춥다는 이유로 다음해 봄으로 미뤄졌다.

얼마 전 겨울 여행 이야기를 꺼냈을 때 어머니는 조금 망설이셨다. 먼저 당신 몸이 불편해서 같이 갈 경우 도움을 주는 사람이나 도움을 받는 당사자인 어머니의 마음이 모두 불편하다는게 이유였다. 또 여행을 가서 큰 구경을 할 게 뭐 있겠느냐는 게 어머니의 주장이었다. 이런 이유들이 쌓여서 여행, 삶에 대한 의욕이 꺾이고, 이런 것들로 인해 집이 편안하지 나가면 고생이라는게 어머니의 또 다른 이유였고 여행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그래서 여행 중 이동 방법에 대해 주로 말씀을 드렸다.

여행에는 조카와 누나가 동행했다. 비록 날씨가 춥고 바람이 불었지만 여행은 무사히 다녀왔다. 어머니는 “여행을 포기하고 살았는데, 기회가 되면 또 가고 싶다”고 말씀하신다. 내심 잘 다녀왔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여행은 전기차를 렌트했다. 덕분에 전기차에 대한 그간의 선입견들을 덜어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고, 사용자 입장에서 전기차나 서비스를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 전기차에 대한 승차감이나 소음 등 대부분 만족스러웠다. 그러나 전기차와 관련된 전후방 산업에 대한 고민과 정책 지원, 서비스,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기술개발에 대한 내용은 현실적인 문제들로 다시 고민해 봐야 할 것같다.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한 정책은 보조금 지원, 충전소 설치, 차량에 주차 요금 면제 등이 있다. 국내의 전기차 충전 방식과 왜 여러 가지 충전 표준을 혼재해서 사용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논외로 하더라도 힘들게 찾아간 충전소에서 한 가지 방식만 있거나 고장난 경우도 있었다. 국내 전기차 충전소 7천여 곳 중 급속 충전소는 약 3천500개소가 있다고 한다. 특정한 곳에서 사용한 경험으로 일반화시키기는 무리가 있다. 그렇지만 필자가 살고 있는 곳이나 관광지 등에서도 전기차 충전소는 구석 후미진 곳에 위치하고 있어 동시에 여러 대가 충전을 하기는 힘들다. 급속 충전의 경우에 충전 시간은 1시간 내외가 소요가 된다. 전기차를 충전하는 사람들은 충전 중 일 때 1~2시간은 다른 일을 함께하는 경우가 많다. 충전 중일 때는 다음 사람이 1시간 내외를 기다리는 일은 어쩔 수 없더라도 충전이 다된 차가 주차되어 있어 충전을 못하고 돌아가거나 기다리지 않도록 하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한 의지는 충전소 수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럽의 경우 네덜란드가 가장 많은 수의 충전소를 설치하고 있고 그 다음이 독일, 프랑스 순이다. 그러나 국내는 아직 전기차 충전소가 부족하고 가장 많이 설치된 제주도조차도 사용에 많은 불편이 따른다.

자동차 산업은 국내 대부분의 지역에서 지역 기간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렇지만 최근 자동차 산업의 환경 변화와 전기차와 같은 신생 산업에서 지역 중소 업체는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특히 다른 지역보다 경북 권역에서 주력이었던 자동차 산업은 해외로 타 지역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지역 기업은 업종의 전환이나 폐업의 위기로 내몰리고 있고, 산업의 공동화 현상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어려움에 여전히 국가적 단위의 지원은 소프트웨어 산업보다는 기반 구축을 위한 인프라 구축 지원에 매몰되어 있는 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