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가 설을 앞두고 ‘선물안주고 안받기’ 운동의 일환으로 시청 현관 앞 당직실에서 5일 동안 개설한 ‘선물반송센터’를 두고 그 실효성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특히 일부에서는 이번에 시가 실시한 선물반송센터 운영에 대해 "자체적인 감시로 형식에 치우친 전시행정이 아니었냐"는 의문과 "동료 직원간에 서로를 감시하는 불신을 초래했다"며 본래 취지에서 벗어난 역설적인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이같은 의견은 지난해부터 실시된 공무원 윤리규범에 따라 ‘선물안주고 안받는 공직사회’ 확립을 위해 전국의 각 기관에서 실시되고 있는 분위기인 만큼 선물 전달이 꼭 직장에서만 이뤄지지 않는다는 해석이 따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경주시는 지난 16일부터 20일까지 시청 문서수발실로 활용되고 있는 당직실에서 감사정보과와 총무과 직원 6명을 투입해 선물반송센터를 개설하고 5일동안 순번제로 직원들의 뜻과는 관계없이 배달된 선물에 대해 정중하게 돌려주기에 나섰다. 하지만 이 기간동안 선물이 배달된 사례는 극소수에 불과했을 뿐 정작 대부분의 선물 꾸러미들이 택배로 가정에 배달됐거나 직장밖에서 자동차 드렁크로 옮겨지기 일쑤여서 시가 바쁜 직원들을 차출해 실시한 선물반송센터의 개설 취지가 무의미하다는 지적이다.

관청 출입이 잦은 K모씨의 경우 "작지만 꼭 성의를 표해야 하는 이해관계로 선물을 전달하려다 당사자에게 이같은 사정으로 제지당하자 설 연휴를 보내고 난 후 전달하기 위해 보관 기간이 비교적 긴 선물로 준비해 보관하고 있다"고 털어 놓았다.

또 H모씨도 "이해 당사자에게 설 선물을 준비했지만 이같은 공직사회의 분위기로 선물을 현재 보관하고 있으며 설 연휴를 보낸 후 택배로 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같은 공직사회의 분위기에 편승해 대부분의 택배사들은 설 이전보다 설 이후가 더 바쁠 것으로 내다보고 설

특수를 예년에 비해 늦추고 있는 실정이며 지역의 아파트 관리실도 예년에 비해 보관하는 택배 물량이 비교적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이번에 개설한 선물반송센터 운영으로 일반인들에게 ‘이제는 공무원들이 명절 등에 선물을 받지 않는다’는 계도 차원에서 실시했다“며 ”일부 배달돼 온 선물 등에 대해서도 정중하게 사정을 설명하고 돌려 보냈지만 가정으로 배달되는 선물에 대해서는 개인의 인격에 맡길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지역의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경주시가 설을 맞아 그동안 관행처럼 돼 오던 선물주고 받기 풍토를 환기시키기 위해 획기적으로 실시한 선물반송센터 운영 취지는 좋았지만 형식적이라는 모순이 제기된 만큼 관청의 현관을 지키기보다 지속적인 교양을 통해 공직자 스스로 선물안받기에 동참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 말했다.

경주/김성웅기자 swkim@kbnews.co.kr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