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생업을 위해서 바다에 나섰던 어부들이 횡액을 당했다. 문제의 핵심은 여전히 먹통 어선위치발신장치(V-PASS)로 파악됐다. 지난 2일 포항 구룡포 앞바다에서 조업하던 자망어선 101진양호(4.73t)가 전복돼 2명이 목숨을 잃은 사고가 역시 V-PASS가 정상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뒤늦게 밝혀진 것이다. 가난한 어부들의 애환과 위정자들의 냉정이 빚어내는 이 안타까운 비극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나. 사람이 얼마나 더 죽어 나가야 개선될 것인가.

포항해양경찰서 등에 따르면 진양호는 정부 지원으로 진행되는 V-PASS 4차 사업(2015∼16년) 때 보급된 모델(V-PASS 3.0)을 장착하고 있었다. 진양호는 너울성 파도를 만나 전복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사고 당시 V-PASS는 무용지물이었다. 해경 상황실은 진양호의 조난 상황을 전혀 모르고 있었고, 인근에서 조업하던 어선이 이를 발견하고 나서야 구조·수색작업에 들어갔다.

승선원 9명 가운데 4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된 지난해 8월 30일 포항 앞바다에서 침몰한 803광제호, 2명이 목숨을 잃고 4명이 실종한 같은 해 1월 ‘주영호 전복사고’ 등 경북 동해안에서 일어나는 사고들의 유형은 대동소이하다. V-PASS를 달고 있지 않거나, 꺼놓고 운행하거나, 또는 고장이 난 경우다.

V-PASS는 날마다 배를 몰고 망망대해에서 파도와 싸워야 하는 어민들에게는 생명줄과 같다. 선박 입·출항 자동 신고는 물론 어선의 위치, 선원 기록 등을 해경 상황실에 실시간으로 전송한다. 또 배가 70도 이상 기울었을 때 자동으로 긴급구조신호를 발신하는 안전기능도 갖추고 있다.

지난해 해상 조난사고를 당한 선박은 전국적으로 역대 최다인 3천여 척을 기록했다. 해양경찰청 통계를 보면 지난해 해상 조난사고를 당한 선박은 전년(2천839척)보다 11.3% 증가한 3천160척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해상 조난사고 사망자는 83명으로 전년(48명)보다 무려 72.9%나 증가했다.

정부는 V-PASS 설치 사업을 진행해 국내 어선 6만6천여척이 V-PASS를 설치했고, 포항해경 관내 1천786척 어선 중 1천640척(91.8%)도 이 장치를 달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기기가 고장이 나기 시작했지만, 영세어민들은 수리비 부담 때문에 쩔쩔매고 있다. 정부가 어선법을 개정해 지난 5월부터 단속에 들어갔으나 느슨하기 짝이 없다. 바다 위에서 걸핏하면 생사의 기로에 서게 되는 어민들의 목숨을 구제해줄 묘방을 찾아내야 한다. 문제는 정부 당국 등 위정자들의 관심이다. 응급환자 치료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죽어가는 사람을 위험에서 빨리 구출하는 일 아닌가. V-PASS의 효용성을 높이기 위한 종합적인 정책이 절실하다.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어민들의 각성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