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학주한동대 교수
▲ 김학주한동대 교수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자는 소리를 들은지 오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구경제를 살리려는 노력도 있었다. 물론 구경제에서 신경제로의 이동은 속도조절이 필요하다. 그런데 신경제는 우리 곁에 얼마나 가까이 와 있는 것일까?

최근 미국 자동차 업계에서는 10년전 있었던 파산보호 신청이 거론된다. 2017년 GM의 투자수익률(ROIC)은 5.4%, 포드가 2.4%였으므로 아직 파산을 언급할 상황은 아니다. 그럼에도 긴장하는 이유는 자율주행 전기차의 시대가 코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미국 자동차 빅3의 경우 자율주행 전기차 도입을 위한 재원 마련 때문에 성과가 저조한 브랜드를 없애고, 희망퇴직을 받으려는 움직임이다. 여기에 트럼프가 분노하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문제는 이러한 구조조정에 천문학적인 보상 비용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2009년 GM과 크라이슬러는 파산보호신청 덕분에 쉽게 잉여 인력을 줄일 수 있었던 반면 포드는 대주주 지분 상실 우려로 인해 파산보호를 신청하지 않았다가 고생했었다. 이를 경험했던 미국 자동차 업계는 이번에도 다운 사이징(downsizing)을 위해 파산보호 신청을 이용해 보려는 눈치다.

그런데 2009년 GM의 구조조정을 담당했던 Albert Koch는 빅3가 자율주행 전기차로 넘어 가더라도 별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면 자동차 업계에서 퇴출되는 것이 낫다고 지적했다. 패러다임(paradigm)의 변화를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기업은 주주의 기대만큼 부가가치를 더해주지 못할 때 가급적 빨리 해산하는 것도 지혜다.

이처럼 세계 자동차 업체들은 전기차 시대를 목전에 두고 생사의 갈림길에서 구조조정의 깊은 고민에 빠져 있다. 더욱이 내년부터는 자동차 수요가 꺾일 전망이다. 자동차 수요는 지난 5년간 비정상적으로 좋았다. 그러나 그 원동력, 즉 저금리, 금융자산 매매차익, 리먼사태 이후 잠복해 있던 자동차 수요(pent-up demand)의 분출 등 우호적인 요인들이 소진되었다.

자동차 산업은 고정투자 부담이 매우 크기 때문에 수요가 감소할 때 상상을 초월한 경쟁이 일어날 수 있다. 무슨 일이 일어 날지 모른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더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 그런데 한국 자동차 업계는 광주에 공장을 짓겠다며 역주행하고 있다.

한편 이런 패러다임의 변화는 기술주에서도 읽을 수 있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는 시가총액에서 애플을 제치고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이제는 대세가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넘어 가는 신호다.

클라우드(cloud) 컴퓨팅이란 문제해결 도구를 오픈 소스(open source)로 제공하여 필요할 때 가져다 쓰게 하고, 데이터 저장공간도 빌려주는 서비스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기존의 수익원인 오피스 소프트웨어 이외에 ‘Azure’라는 클라우드 사업으로 다각화하는데 성공했다. 지금은 클라우드가 전체 매출의 1/3을 차지한다.

반면 애플은 아직 클라우드로 넘어오지 못하고, 스마트폰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약점이다. 과거에는 스마트폰이 보급되어야 클라우드의 시대가 열릴 것으로 판단하여 애플부터 가치가 쌓일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 과정은 끝났다. 모멘텀이 늙은 것이다. 이런 부분은 삼성전자도 동병상련일 것이다.

이제 트럼프의 구경제 살리기가 실패로 드러나면 본격적으로 창조경제가 등장할텐데 그 도구로 클라우드의 보급이 빨라질 것이다. 클라우드 시장은 올해 9% 성장했다. 즉 모멘텀이 아직 어린 것이며 그 만큼 성장 잠재력이 크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모두 현금이 풍부하여 인수합병(M&A)을 통한 성장이 가능한 매력적인 기업이다. 그런데 현금은 애플이 더 많고, 또 PER측면에서도 애플이 14배로 마이크로소프트 23배보다 매력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애플을 떠나 대세인 마이크로소프트로 투자처를 옮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