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당권 도전 무산 분위기에
보수 본산은커녕 변방 처할 위기
비대위, 친박 물갈이 예고 이어
중앙정치와 연결고리 끊기면
지역 현안사업 등 큰 차질 우려

자유한국당의 텃밭인 대구·경북지역에 당권주자가 전혀 없는 무주공산으로 전락했다. 지역민을 대변할수 있는 대표주자 대망론이 실망론으로 변하고 말았다.

29일 자유한국당 대구시당과 경북도당 등에 따르면 한국당 전당대회가 내년 상반기에 개최될 예정인 가운데 당 대표와 원내대표 도전의사를 내비쳤던 대구·경북지역 국회의원이 중도포기하거나 도전이 어려운 상황에 처한 것으로 알려져 당권주자 없는 한국당 텃밭으로 변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관련기사 3면>

우선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할 것으로 유력시됐던 강석호(영양·영덕·봉화·울진) 의원이 29일 원내대표 경선 불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강 의원은 이날 원내대표 불출마 입장문을 통해 “그동안 원내대표 경선을 앞두고 김학용 의원과 단일화에 관한 많은 의견을 나누고 보수대통합·대여투쟁·품격정치라는 대명제를 놓고 서로 정견과 지혜를 모아본 결과, 김학용 의원이 더욱 잘해낼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됐다”고 밝혔다. 또 강 의원은 “선배로서 후배에게 양보하는 모습으로 대한민국 보수를 재건하기 위한 더 큰 가치, 포용력을 실천하고자 한다”며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며 자유한국당 결속과 보수 대통합을 위해 앞장서 노력해 나가겠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대구·경북 지역민을 대변하는 대표주자로 거론되며 기대를 모아온 강 의원의 불출마 소식에 지역민들은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한국당 당대표 경선에 나설 예정인 주호영(대구 수성을) 의원도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의 재등장과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의 향후 행보 등을 감안하면 전체적인 분위기가 녹록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당권 도전에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한국당 텃밭이자 주요 지지기반인 대구 경북지역에서 당권주자를 내지 못하게 되는 상황에 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당 비대위 측이 친박인사들에 대한 대대적인 정리를 할 것이라는 소문이 당내에 파다한 상황이어서 지역 내 상당수 포진돼 있는 친박 인사들이 물갈이 표적이 될수도 있다는 해석까지 나온다.

이에 따라 대구·경북지역 정치권 중진이 중앙 정치권에서 제 목소리를 낼 수 없게 된 것은 물론이고 지역 이익을 앞장서서 대변하기 어려워져 허주(虛舟) 김윤환(金潤煥) 전 의원 이후 지역정치 사상 가장 어려운 형편에 처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럴 경우 대구·경북지역은 보수당 내 당권 경쟁에 출마하는 인사마다 지역 연고를 주장하며 표를 얻은 뒤 선거 후에는 제대로 돌보지 않는 관행이 굳어질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다. 즉, 지역 여론의 지지가 필요할 때는 지역 연고를 강조하지만 정작 지역의 시급한 경제회복에 필요한 정책 등을 대변할 주자가 없기 때문에 앞으로 지역의 현안사업이나 예산배정 등 여러 방면에서 소외받는 지역으로 남을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결국, TK지역은 말만 ‘보수의 본산’일뿐 정작 지역민들에게 꼭 필요한 현안사업을 반영시키거나 법안을 관철시킬 수 있는 당내 대표주자가 없어 ‘무주공산’에 ‘외화내빈’의 궁박한 지경에 처했다는 게 지역 정치권의 분석이다.

이런 분위기로 인해 지역 내 한국당 당원들은 한결같이 “그동안 지역에서 지역을 위할 인물을 너무 키우지 않은 결과”라며 “지금이라도 5∼10년 이후 지역의 목소리가 되어줄 정치 중진을 키우는데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일부에서는 “그동안 이른바 서울TK에게 지역을 맡기다 보니 오랫동안 당에 충성했던 인사들이 당을 떠나거나 정치에 무관심해지면서 오는 당연한 상황”이라며 “지역 인재를 키우지 않는다면 주인없는 텃밭만 존재하는 현재의 모습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우파의 본산이라는 불리는 대구·경북에서 당권 도전자가 없다는 것은 그만큼 지역으로서도 위기상황”이라며 “그동안 인재를 키우지 않고 필요할 때 사람을 빌려쓴 관행을 없애지 않는다면 대구·경북은 결국 정치무대에서 변방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영태기자 piuskk@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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