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동해안 연안이 잦은 어구 도난·훼손 등의 해상범죄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황금어장을 차지하려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부작용은 날로 늘어나는 추세다. 최근 3년(2014∼2016년)간 경북 동해안에서 발생한 어구 손괴·절도 사건은 총 104건에 이른다. 과다한 어선 수와 어자원 고갈 현상, 저인망어선의 남획 등이 문제해결을 어렵게 하고 있다. 정부와 어업 관계자들이 발 벗고 나서서 날로 험악해지는 어업전쟁을 하루빨리 종식시켜야 한다.

연안 대게 조업이 시작되는 12월부터 어민들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질 공산이 높은 가운데, 대게잡이 통발 등 고가의 어구를 사용하는 어선이 많은 경북 동해안의 막대한 피해가 우려된다. 때로는 어구 절도·손괴에 따른 피해액이 억 단위를 넘어서기도 한다.

천혜의 황금어장으로 잘 알려진 울진 후포면 왕돌초 인근 해상은 다른 어민이 쳐 놓은 어구를 칼로 잘라 훼손하거나, 겹치기 투망으로 어구를 훼손하는 사례가 빈번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문제는 어구 도난·훼손 등 해상범죄는 검거가 쉽지 않다 보니 어민들이 피해를 입고도 신고조차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이같은 현실을 감안하면 사례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어업전쟁이 벌어지면서 업종 간 갈등도 깊어지고 있다. 특히 그물을 끌고 다니면서 깊은 바닷속의 물고기를 잡는 저인망(트롤)어선은 다른 어민이 놓은 통발이나 그물을 훼손할 가능성이 높아 지역 어민들에게 ‘공공의 적’이나 다름없는 실정이다.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피할 길이 없는 어선감축 사업은 지지부진하다. 연안어선만 2천여 척으로 헤아려지는 어선 중 지난 2016년부터 현재까지 포항과 영덕, 울진, 울릉 등에서 자율(희망)감척 사업으로 줄인 배는 고작 18척이다. 저인망어선 감척을 목표로 추진 중인 직권(강제)감척은 이 기간 단 한 건도 없었으며, 현재 울진군이 1척을 대상으로 사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엄선희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부연구위원은 연근해조업의 개선을 위해서는 ‘조업구역구분’이 어업인 간 갈등을 줄이고 지속 가능한 어업으로 가는 ‘첫걸음’이라고 강조한다. 산란장과 서식지가 있는 연안 근처에 대규모 근해어선이 접근해서 조업을 할 수 있어서 산란·서식지를 파괴하는 문제도 있다고 지적한다. 수산자원관리를 위해서 TAC(총허용어획량)제도는 반드시 확대해서 시행함으로써 여타의 불필요한 규제들은 대폭 완화하자는 견해가 높다. 어업에 종사하는 국민들을 전환하기 위한 대안이 충실히 마련되는 것이 순서다. 어족자원은 줄고 경쟁은 치열해 날로 인심이 사나워지는 것은 장기적으로 작은 문제가 아니다. 어업현장의 분위기가 더 험해지지 않도록 효과적인 대책을 서둘러야 마땅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