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원전지역 후속 대책사업
2개 사업 외 대부분 묵살 이어
원전시설 보상 차원 지방세인
지역지원시설세 인상도 ‘난색’
정부 도 넘은 홀대에 폭발 지경

“이번에는 지역지원시설세 논란인가?”

문재인 정부에 대한 경북 동해안 원전지역주민들의 원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경주, 울진, 영덕 등 3개 지자체의 탈(脫)원전 후속 대책사업을 대부분 묵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들 지역에 대한 정부의 홀대가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원전과 중저준위방폐장 등 관련 시설의 지역지원시설세 신설·인상을 다룬 지방세법 개정안이 발의된 것과 관련해서도 정부가 난색을 보이는 등 엇박자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회 등에 따르면 원자력과 화력 발전에 대한 지역지원시설세를 인상하는 내용의 지방세법 개정안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소위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지역지원시설세는 지역 자원이나 시설을 이용하는 보상차원으로 부과되는 지방세로, 원전지역은 기피 시설인 원전을 두는 대가로 지방세를 거두고 있다. 현 정부가 탈원전을 천명하면서 원전 지역들은 세수 감소를 우려해 완충장치가 필요하다고 판단,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지역자원시설세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우선 자유한국당 강석호·유민봉 의원과 민주당 이개호 의원은 사용후핵연료와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에 지역자원시설세를 신설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한국당 김석기 의원이 내놓은 개정안은 지자체가 50% 범위에서 지역자원시설세 세율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두 개정안은 방폐물 안전관리와 지자체 재정 자율성이 목적이라고 하지만, 탈원전 정책으로 심각한 세수 감소가 우려되는 원전보유 지자체의 세 인상을 요구하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이 밖에도 더불어민주당 양승조 의원은 원전에 대한 지역자원시설세를 기존 kWh(킬로와트시)당 1.0원에서 2.0원으로 두 배로 인상하는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경북 동해안 원전지역민들은 지역지원시설세 인상을 ‘최후의 보루’로 여기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전국적으로 전기요금이 인상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으며 벌써 ‘불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국가 에너지정책에 대한 고려없이 일부 지자체 세수 확대만을 위한 지역지원시설세 인상은 불합리하다는 논리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행정안전위원회에서 논의될 지방세법 개정안이 모두 적용되면 한국전력에 연간 약 1조5천157억원(화력 9천920억원, 원자력 2천968억원, 방폐물 2천269억원)의 추가 비용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전국적으로 전기요금이 2.7% 인상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

정부가 지난 21일 경주와 영덕, 울진 등 3개 지자체가 제안한 39개 탈원전 후속 대책 사업 중 달랑 2개를 수용한 것으로 알려져 반발이 높은 가운데, 탈원전 지역을 위한 지방세법 개정마저 난색을 보이자 지역민들의 불만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정부의 방침이 발표된 이날 경북도의회 원자력대책특별위원회도 ‘정부의 탈원전 정책 철회 촉구 결의안’을 채택하고 정부를 강도높게 비판했다. 도의회 원자력특위 위원들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라 국내 가동원전 23기중 절반인 11기가 소재하고 국내 원전 발전량의 47%를 생산하는 최대 원전 집적지이자 생산지인 경북도의 지역경제는 벼랑끝으로 내몰리고 도민들은 말할 수 없는 큰 충격에 빠져있다”고 주장했다. 위원들은 또 “영덕 천지 자율유치가산금 380억원 반환 추진을 즉각 중단하고, 피해지역을 위한 대안사업을 신속히 제시하고,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조속히 결정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앞서 경북 동해안 지자체들도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공동 대응키로 했다. 포항시와 울릉군을 포함한 경주, 울진, 영덕 등 경북 동해안 5개 지자체가 공동 건의서 형식으로 정부에 입장을 전달하며 대응수위를 높였다.

주낙영 경주시장, 이강덕 포항시장, 이희진 영덕군수, 전찬걸 울진군수, 김병수 울릉군수 등 경북 동해안 5개 단체장은 “탈원전 정책으로 피해를 본 경북 동해안지역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 달라”며 지난 20일 ‘경북 동해안 상생협의회 공동 건의서’를 산업통상자원부에 제출한 상태다.

/황성호·주헌석·이동구기자

    황성호·주헌석·이동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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