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한동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대위의 출범은 보수당 개혁을 바라는 사람들에게 희망과 기대를 걸게 하였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 정책실장 출신인 김병준 위원장의 비대위원장 등장은 계파 갈등을 덮기 위한 방편적인 선택이지만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김 비대위원장이 과연 자유한국당의 개혁에 성공을 거둘 것인가. 현재로서는 성공이라는 기대보다는 부정적인 회의론이 강한 편이다.

지난번 김병준 위원장의 전격적인 전원책 변호사의 특위위원장 임명은 상당한 기대를 모으게 하였다. 그러나 지난주 비대위가 단행한 전 위원장의 갑작스런 해임 통보는 보수정당의 개혁의 입지가 얼마나 어려운 지를 잘 입증해주고 있다. 전 변호사의 사퇴는 외형적으로 전당대회의 개최 시기 문제의 갈등으로 비쳐지고 있다. 그러나 실상은 김병준과 전원책의 당 개혁을 위한 ‘전권’에 관한 해석의 차이에서 비롯되었다. 전 변호사는 조직 강화를 위한 전권을 김 위원장으로부터 받았기 때문에 전대 일정을 6∼7월로 늦추자는 입장이었다.

이에 김 비대위원장은 비대위의 뜻에 배치되는 전당대회 연기 주장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이러한 간극을 줄이려는 양측의 대화는 수포로 돌아가 전 변호사는 ‘개혁 의지가 없는 당에 잔류할 수 없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당을 떠난 것이다.

김병준 위원장은 내년 2월 말이나 3월 초까지 보수 정당의 개혁과 당 이미지 쇄신에 성공할 수 있을까. 김병준 비대위 체제는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후 혼미를 거듭하는 제 1야당을 구출할 수 있을까.

김 위원장은 비대위원장 취임 일성으로 당을 ‘가치 정당’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힌 적이 있다. 당의 개혁을 통해 바람직한 보수정당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그러나 그는 ‘보수 개혁’이라는 통상적인 슬로건은 걸었지만 개혁의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제시하지 못하여 당 개혁의 목표와 범주도 설정치 못하고 있다. 새로운 보수를 위한 새 인물의 영입과 당의 세대교체는 아직 엄두도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전당대회만으로 당 개혁이 이룩될 지 의문이다. 이것이 자유한국당이 처한 당 개혁의 본질적 딜레마다.

비대위 출범 이후에도 사분오열된 당내 파벌은 당 개혁의 발목을 잡고 있다. 당내는 친박과 비박의 오래된 갈등이 여전히 표출과 잠재를 반복한다. 당내에는 친박 강경파와 온건파, 비박의 잔류파와 복당파는 당 개혁에 관한 입장 차가 너무 크다. 탄핵에 대한 책임을 지려는 사람은 보이지 않고 기득권을 지키려는데 사람이 많다는 비판도 따른다. 아직도 정파와 계파, 당권파와 비당권파가 뒤엉켜 싸우는 곳에 당의 참된 개혁은 기대하기 어렵다. 친박과 비박이 당 위기의 봉합책으로 김 비대위원장을 수용했을 뿐이다. 이러한 분열과 갈등 상황에서 신인들의 보수 정당의 입당은 사실상 봉쇄되어 있다. 이것이 자유한국당 개혁에서 현실적으로 가장 심각한 딜레마이다.

내년 전당대회를 앞둔 시점에서도 비전을 제시하는 당권 도전자들의 모습도 찾아보기 어렵다. 오세훈, 황교안, 원희룡 지사 등은 당권에 도전할 가능성은 있는가. 아직도 그들이 입당 절차조차 밟지 않는 상황에서 그러한 예측은 불가능하다. 당의 유력인사들이 전당대회를 앞둔 시점이지만 여전히 침묵만 유지하고 있다. 정당 개혁은 유력 주자들이 당권 도전을 위한 당 쇄신책을 밝히고 지지 세력을 확보할 때 가능한 일이며 그것이 당 개혁의 출발점일 것이다. 현재처럼 당내 지도자들이 정치적 이해관계만 따질 때 당 개혁은 기대조차 할 수 없다. 당의 위기 앞에서 자신의 기득권만 유지하려는 세력은 또 다른 적폐세력일 뿐이다.